"대학 여자배구를 살려보자는 배구인들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여자배구의 전설인 김화복(53ㆍ사진)씨가 8년 만에 대학팀 감독으로 코트를 다시 밟았다. 1970~80년대 옛 대농-미도파의 전설적 184연승의 주역인 김씨는 지난달부터 경북 안동 건동대의 여자배구팀 감독 겸 이 대학 스포츠과학부 초빙교수로 코트와 강단을 누비고 있다.
1973년 남성여고 1학년 때 국가대표로 선발된 후 1980년대 초반까지 여자배구의 왕언니 역할을 했던 그는 1990년대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고, 2002년 2월까지 이화여대 배구팀을 지도하기도 했다.
"국내 대학에는 단국대와 우석대, 한중대, 목포과학대와 건동대 등 5곳에만 여자배구팀이 있다"는 김 감독은 "일단 배구팀을 맡게 된 만큼 멋진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건동대 여자배구팀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2008년 창단된 이 여자배구팀은 지난해 시즌 단 6명의 선수만으로 대학 리그에 뛰어든 초미니 팀이다. 6인제 배구팀은 리베로까지 7명이 필요한데도 6명으로 한 시즌을 버텼다. 아직 1승도 신고하지 못했다.
그나마 올해는 신입생 2명을 받아 여유가 생겼다. 리베로는 없지만 선수교체는 가능한 것이다. 선수들의 키는 162~170㎝다. 172㎝인 김 감독보다 큰 선수가 한 명도 없다. 배구선수로는 단신이어서 대부분이 프로구단에 입단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선수들이 단신이어서 수비 위주의 플레이를 하다 승부수를 띄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는 김 감독은 "대학에 남자배구팀이 있어 좋은 연습상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학부에서 주당 15시간의 수업도 맡고 있다. "선수들과 같이 수업한 후 하루 2시간 정도 연습하면 시간이 금방 간다"는 김 감독은 주중에는 경기 성남의 집을 떠나 대학 기숙사에 머물고 있다.
김 감독의 이력은 화려하다. 태릉선수촌 지도위원, 대한배구협회 사무국장, 대한체육회 이사 등 체육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후 지난해에는 경기대 대학원에서 '스포츠조직 지도ㆍ관리자의 리더십이 조직유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포츠인 봉사단체인 '함께하는 사람들'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 감독은 10일부터 전남 영광 스포티움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리는 '2010 삼성화재배 전국대학배구 춘계대회'에서 건동대의 첫 승을 예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여자배구에 대한 열기가 되살아나기를 기대한다"며 "선수들이 운동과 학업 모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가르치고 돕겠다"고 말했다.
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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