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월요 인터뷰]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월요 인터뷰]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입력
2010.04.05 09:23
0 0

올해 한반도 하늘은 유독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5월엔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 6월엔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ㆍ2차 발사), 연말엔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5호'의 방문이 줄줄이 예약돼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처녀비행 한 나로호가 우주에 싣고 간 과학기술위성 2호(STSAT-2)를 궤도에 올려놓지 못했기에 2차 발사에 거는 기대가 더욱 큰 상황이다.

곧 우주로 올려 보낼 위성과 발사체 채비에 몸도 마음도 분주한 이주진(58)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을 대전 유성구 어은동에 있는 연구원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의 얼굴에선 지난해 나로호 임무 실패 직후 드리웠던 그늘 대신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긴장과 설렘이 엿보였다.

-나로호 2차 발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습니다. 6월 발사를 위한 준비과정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이번에 성공 못 하면 더 이상 갈 데가 없다는 게 우리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엔 정성을 모아야겠죠. 연구원들에게 휴가도 써 가며 일하라고 했는데, 다들 그러질 못하더군요. 지난해 발사 이후 6개월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7차례의 페어링(위성덮개) 분리시험을 비롯해 부품 및 시스템 재현시험을 400여 차례나 했으니 휴일이 없었죠.

계속 희망을 갖고 지켜보시는 국민들에게 꼭 성공해서 보답하겠다는 마음입니다. 지금은 지난 2월 나로호 발사조사위원회가 제시한 개선 권고사항을 검증 완료하고 최종 확인시험 중이에요. 남은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6월 발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겁니다."

-나로호 첫 발사 때 위성 궤도 진입 실패로 러시아와의 3차 발사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한국과 러시아 간 계약상으로는 '임무 실패'일 경우 다시 발사(3차)를 요청하기로 돼 있어요. 이번 2차 발사를 마치고 난 뒤 그 성공 여부와 관계 없이 3차 발사를 요청하고 러시아 측과 협의할 예정입니다."

-나로호와 더불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게 바로 천리안위성이죠. 발사 일정이 다소 늦춰졌다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남아메리카 프랑스령 기아나 쿠르 발사장에서 지난달 예정됐던 유럽 위성의 발사가 2주 이상 지연되고 있어요. 이 때문에 같은 발사장에서 4월 말로 예정됐던 천리안위성 발사는 5월경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발사 후 천리안위성은 어떻게 운영됩니까.

"발사되고 나면 고도 3만6,000km, 동경 128.2도, 위도 0도인 적도상공 정지궤도에 진입하는데 약 2주가 걸려요. 궤도 진입이 확인되면 약 6개월 동안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시험을 진행하죠. 이 과정이 마무리되면 10월 말쯤 본격적인 위성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입니다."

-천리안위성 서비스가 시작되면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먼저 기상예보 정확성이 크게 향상되죠. 지금은 주로 일본 기상위성으로부터 자료를 받지만 천리안이 활동을 시작하면 24시간 한반도의 기상을 직접 관측하게 됩니다. 또 해류 순환과 해수 온도 변화 같은 첨단 수산정보를 어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요. 어획량 증가에 기여할 수 있겠죠. 위성통신서비스 품질이 향상되고 국가 재난사태 때 비상통신망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천리안위성은 국내에서 만든 첫 번째 정지궤도위성입니다. 지구를 따라 24시간 내내 공전하기 때문에 다른 위성에 비해 궤도를 제어하기가 좀 더 어렵죠. 한국이 통신용 정지궤도위성(무궁화위성)은 운영 경험이 있지만 기상이나 해양 관측용으로는 처음이에요. 천리안이 발사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정지궤도기상위성을 보유한 나라가 됩니다."

-천리안 이후에도 우리 위성들 발사가 줄줄이 이어지죠. 이들 위성에 국산 기술은 얼마나 들어갔습니까.

"천리안위성의 통신탑재체와 열제어기는 국내 기술로 만들었어요. 총 조립시험과 관제 및 운영도 국내 기술로 이뤄집니다. 다만 기상과 해양탑재체, 자세제어기는 미국과 프랑스 기술이죠. 올 연말 발사를 기다리고 있는 아리랑 5호, 내년 중반과 2012년 각각 발사 예정인 아리랑 3호와 3A호는 전부 국내에서 개발을 주도했어요."

-앞으로 아리랑 시리즈가 모두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게 되면 우주과학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세계 최고 수준의 위성영상정보 활용국으로 올라서겠죠. 아리랑 5호엔 구름 낀 날이나 야간에도 촬영이 가능한 전천후 관측영상레이더가 탑재됩니다. 아리랑 3호는 해상도 70cm급(가로 세로 70cm의 물체를 한 점으로 표시) 광학카메라를, 3A호는 온도차를 이용해 영상을 얻는 적외선카메라를 싣고 올라가요. 이들이 동시에 작동하면 주야간은 물론 기상상태나 지상 장애물에 관계없이 지표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관측능력을 보유하게 될 겁니다."

-위성 카메라가 해상도 1m급이면 지상 도로 위의 차량이 트럭인지 승용차인지까지 구별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위성 영상 가운데 해상도가 가장 높은 건 어느 정도입니까.

"군 정찰용 말고 상용위성이면 미국의 50cm급이 최고 수준이에요. 현재 우리는 2006년 발사된 아리랑 2호에 해상도 1m급 광학카메라가 설치돼 있습니다. 실제로 아리랑 2호의 영상자료는 작물의 재배면적과 생산량 통계산출이나 국가 지리정보시스템 구축, 산불이나 태풍 피해 사후관리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되고 있고, 수출도 해요. 2007∼2010년 아리랑 2호가 영상 수출로 올린 수입은 2,200만 달러에 달합니다.

최근에는 아이티와 칠레의 지진 피해지역과 인도양 세이셸공화국의 침수상황 영상을 무상으로 국제사회에 제공했어요. 과거 위성자료를 받는 나라에서 이제 주는 나라로 위상이 높아진 거죠."

-아리랑 2호 발사 당시 위성사업단장을 맡으셨죠.

"아리랑 2호 전에 러시아 발사체가 두 차례 위성 발사에 실패하는 바람에 당시 발사를 연기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많았지만 운명을 걸었죠. 우여곡절 끝에 발사된 아리랑 2호가 지구 모습을 찍은 첫 영상을 보내왔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생생해요."

-한국의 인공위성 기술은 우주 분야 선진국과 비교해 어느 수준까지 올라섰습니까.

"실용관측위성 분야에선 세계 6∼7위권이라고 할 수 있죠. 아리랑 2호 발사 당시 세계에서 7번째 해상도 1m급 관측위성 개발국이 됐어요. 2011년엔 국내 기술로 기상과 해양탑재체, 환경센서까지 실은 정지궤도위성 개발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한국은 1950년대부터 우주개발에 눈을 돌린 미국과 러시아 일본 프랑스보다 40년 정도 늦게 시작했지만 공공과 실용으로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짧은 기간 동안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는 기술 발전을 이뤘어요."

-8일로 한국 첫 우주인이 탄생한지 2년이 되죠. 요즘 이소연, 고산 선임연구원의 근황은 어떻습니까.

"자신들의 소중한 경험을 청소년에게 알리는 과학기술홍보대사 역할을 계속하고 있어요. 이 연구원은 우주과학팀에서 차기 우주인이 수행할 우주실험을 일본 미국과 공동으로 연구하고, 고 연구원은 정책기획부에서 우주 분야의 국제협력 관련 업무를 합니다. 우리나라 우주개발 기술 발전을 위해선 두 우주인이 장기적으로 연구자로서의 역할 비중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곧 2주년을 기념한 특별강연도 준비 중이죠."

-제2, 제3의 우주인을 배출할 계획은 언제쯤 구체적으로 나오겠습니까.

"먼저 유인 우주실험 관련 기반기술이 충분히 확보되고 우주실험 기술을 과학뿐 아니라 교육과 산업계에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는 게 우선입니다. 그러면 자연히 차기 우주인을 배출할 필요성이 제기되겠죠."

-우주과학 분야에서 한국인이기 때문에 갖는 강점이 있다면요.

"한국인은 학문적 성취도가 특히 높습니다. 손재주도 좋죠. 인간이 만든 기술 가운데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게 바로 우주기술이에요. 또 위성 하나 만드는데 전자 기계 컴퓨터 물리 등 다양한 지식이 들어가듯 기술집약도가 높아요. 한국이 경쟁력을 갖기에 딱 맞죠. 국가적으로 키워갈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한국의 우주개발 1세대로서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신념이나 철학이 궁금합니다.

"직접 가보지 못한 곳을 탐험하는 게 우주과학이에요. 우주로 보내기 전 일단 지상에서 완벽하게 만들어야죠.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이 완벽을 추구하려면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솔직히 인공위성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땐 한국에서 발사체까지 개발하리라고는 쉽게 상상하지 못했어요. 우주개발 1세대로 자부심도 크지만 한편으론 후학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걸 이뤄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적지 않습니다."

-20여 년 동안 하늘만 바라보고 우주만 생각하며 살아오신 셈이죠.

"현실감이 좀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기긴 합니다(웃음). 요즘도 우주 말고 다른 화제엔 잘 끼어들지 못해요. 특히 문화나 연예 쪽은 전혀 문외한이 됐죠. 영화요? 제일 최근에 본 걸로 '페이첵' '딥 임팩트' '투모로우'가 생각나네요."

-개봉한지 최소한 6년은 된 영화들이네요. 주로 우주나 과학을 소재로 한 영화를 골라 보시나 봅니다. 혹시 애창곡도 하늘이랑 관계 있는 노래인가요.

"가요라면 '연'을 많이 부르죠. '독도는 우리 땅'도 애창곡입니다(웃음)."

■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약력

▲1952년 충북 충주 출생

▲1975년 서울대 공대 졸업

▲1986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박사학위(기계공학) 취득

▲1975∼82년 국방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1986∼91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2000∼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2008∼현재 원장)

▲2000년 국민훈장 목련장 수상

▲2007년 과학기술훈장 혁신장 수상

대전=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사진 조영호기자 vold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