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동계올림픽이 폐막된 지 한 달 남짓 지나 당시의 열기는 사그라졌지만, 김연아 모태범 이승훈 이상화 등 젊은 세대들의 맹활약과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 주었던 순간들은 생생하다. 특히 전통적으로 아시아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여겨졌던 스피드 스케이팅 500m와 1만m에서 금메달을 따자 우리나라가 언제 이렇게 성장했는지 국민들 모두 놀라워했다. 그 중에서도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한 후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종목을 전환해 5,000m 경기에서 은메달, 1만m 경기에서는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면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승훈 선수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이승훈 선수가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환한 이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근원은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와 최악의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긍정적 사고로 문제 해결방안을 찾아낸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지구력을 바탕으로 하는 스피드 스케이팅과 최단 거리로 코너를 도는 기술을 두루 갖춰야 하는 쇼트트랙의 특성을 고루 갖춘 선수에게 장거리 스케이팅은 단지 거리의 차이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호아킴 데 포사다가 쓴 <마시멜로 이야기> 라는 책을 보면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좌우 타자로 이름을 날린 호르헤 포사다 선수 이야기가 나온다. 호르헤 포사다 선수는 원래 오른손 타자였는데 뛰어난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 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양손을 번갈아 가면서 쓰는 것이 좋겠다는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엄청난 노력 끝에 양손 타자로서 성공을 이루며 많은 기록을 남겼다. 자기가 잘 하는 것을 고집하기보다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고, 결국은 경쟁이 치열한 메이저 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시멜로>
요새 한정식 집에 가면 퓨전 스타일의 음식이 많다.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더 큰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퓨전의 힘이다. 하나만 뛰어난 것을 고집하기보다는 두 개 이상의 것이 융합을 통해 각각이 지닌 고유의 특성보다 더 강력한 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러한 퓨전적 사고, 열린 사고를 통해 우리의 가능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이다.
쌓여 있는 현안이 적지 않다. 천안함 사고 경위가 밝혀지고 지방선거전이 본격화하면 잠잠했던 세종시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세종시의 해법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원안이 좋다, 수정안이 좋다, 의견이 분분한데 과연 행정중심복합도시와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라는 두 대안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원안의 장점과 수정안의 장점을 아우를 수 있는 퓨전적 방안은 없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다. 퓨전적 사고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 세종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 보면 이들은 뭐라고 대답할지 궁금하다.
조응래 경기개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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