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에만 수사 기관이 착ㆍ발신 통신 사실을 조회한 전화번호가 무려 1,600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98%가 이동통신 번호로 4,800만개의 전체 휴대폰 번호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하반기 통신업체들이 수사 기관에 제출한 통신자료를 집계한 결과, 착ㆍ발신 통신사실 확인을 위해 제공한 전화번호가 중복 번호를 제외하고 1,577만8,887개로 전년 동기(23만6,782개) 대비 6,563.9% 급증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군 수사기관 등이 법원 허가서를 받아 실시하는 기지국 수사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기지국 수사란 수사기관이 용의자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용의자를 찾기 위해 범죄 발생 시간에 범죄 현장에서 가까운 기지국의 휴대폰 번호를 열람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발신, 수신 번호가 모두 포함된다.
지금까지 수사기관은 법원에서 통신사실확인 허가서가 아닌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기지국 수사를 했기 때문에 방통위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하반기에는 통신비밀보호법 적용 대상인 허가서 발부가 늘어나면서 방통위 집계에 포함됐다. 집계에서 제외된 압수수색 영장 대상까지 포함하면 수사기관이 기지국 수사로 통신 사실을 조회한 휴대폰 번호는 더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본인도 모르게 휴대폰 착ㆍ발신 내역이 조회된다는 점이다. 통신비밀보호법상 수사 기관이 착ㆍ발신 내역을 조회하면 당사자에게 사후 서면 통보하게 돼 있으나, 기지국 수사의 경우 용의자에게만 통보한다.
따라서 수사 기관이 많은 사람들의 착ㆍ발신 내역을 통보없이 열람하는 셈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발신, 수신 번호 외에 일체의 인적 사항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그마저도 용의자로 의심되는 번호 외에는 모두 폐기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의 착ㆍ발신 내역이라는 개인 정보가 노출되면 갖가지 불안감을 느끼는 만큼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를 낳을 수 밖에 없다.
한편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통신감청 협조 전화번호는 3,095개로 전년 동기(3,379개)보다 8.4% 감소했다. 반면 가입자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통신자료 제공 전화번호는 344만9,890개로 전년 동기(262만5,571개)보다 31.4% 증가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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