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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아마라와티 저너타 초·중등학교에 가보니/ "색동 재료 신기해요" 환해진 네팔의 시골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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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아마라와티 저너타 초·중등학교에 가보니/ "색동 재료 신기해요" 환해진 네팔의 시골 교실

입력
2010.04.0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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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전 네팔 서남부 꺼이랄리(Kailaii) 지역의 작은 시골마을 아마라와티(Amarawati)의 저너타(Janata) 초중등학교. 3~5학년생 50여명의 아이들은 난생 처음 보는'매직콘'(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미술재료)에 신기한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매직콘은 물을 살짝 바르면 접착력이 생겨, 본드 없이 서로 붙여서 다양한 모형을 만들 수 있는 재료. 국제구호단체인 '굿네이버스' 직원들이 한국에서 매직콘을 가져와 진행한 이날 미술 수업에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흠뻑 빠져들었다. 매직콘으로 달팽이를 만든 멍걸람(11)은 "매일 공책에 그리기만 했는데, 직접 만들어 보니까 훨씬 재미있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곳 아이들은 '매직콘'은 고사하고 그 동안 색연필, 크레파스, 색종이 등의 미술 재료도 접한 적이 없었다. 고작해야 연필로 그림을 그리거나 진흙으로 모형을 만드는 것 정도였다. 열악한 교육환경 때문이지만, 이를 탓하기도 어렵다. 그나마 학교라도 다닐 수 있는 것만도 혜택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고 말하는 멍걸람도 3년 전까지는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다. 날품팔이를 하는 아버지를 도와 땔감을 구해오고 집안 일을 하거나 형제들과 집에서 노는 게 전부였다. 대다수 네팔 아동의 일상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이들에게 학교란 그저 먼 나라 얘기다.

무엇보다 주민들 대다수가 하루 1달러도 벌지 못하는 힘겨운 가난 때문이다. 꺼이랄리 지역 국내총생산(GDP)은 1인당 400달러. 날품팔이나 농사 등으로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사는 주민들에게 자녀 교육은 사치다. 학교 수업료도 1년에 1만 루피(13만원)에 달해 꿈도 못 꿀 형편이다.

이렇다 보니 인구 1만 9,000명의 아마라와티 마을에 학교도 3곳밖에 없다. 저너타 초중등학교도 전체 450여명 중 최고학년인 8학년(중3) 학생들은 한 명도 없다. 학교에 다니다가도 형편이 어려워 다들 도중에 그만두기 때문이다. 고성훈 굿네이버스 네팔 지부장은 "이 지역은 특히 수도에서 많이 떨어진 빈농 지역이어서 교육 여건이 더욱 열악하다"며 "부모들은 아이들이 글만 깨우치면 된다고 여겨서, 조금만 크면 도시로 나가 돈을 벌게 한다"고 전했다. 여자 아이들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남존여비 사상이 강한 힌두 풍습 영향으로 교육을 아예 받지 못하고 13~18세에 조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네팔 아동을 돕기 위해 굿네이버스가 팔을 걷은 것은 2002년부터. 수도 카트만두에 네팔 지부를 개설한 굿네이버스는 상글라(Sangla), 버디켈(Badikhel), 렐레(Lele) 등 총7곳으로 사업장을 늘려 직원90여명이 5,600여명의 아동을 지원하고 있다. 꺼이랄리 지역에도 2007년 사업장을 차려 직원18명이 1,000여명의 아동을 지원 중이며 올해 안으로 4,000명을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멍걸람이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된 것도 3년 전 굿네이버스의 해외결연아동으로 지원을 받았기 때문. 결연 후 멍걸람은 학교에 다니며 글을 깨쳤고, 친구들과 축구도 하고 다른 도시로 소풍을 가기도 한다. 멍걸람의 아버지인 버더이랄(40)씨는 "아들이 공부를 해서 나중에 더 좋은 일을 해 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집에 돌아와 공부하는 걸 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날품팔이 생활을 하는 니샤(10)도 3년 전 굿네이버스와 결연아동으로 맺어지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에 간다. 선생님이 꿈이라는 니샤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공부하는 게 제일 재미있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는 지속적인 아동 교육을 위해서는 부모를 포함한 지역사회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지역 네트워크 구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고 지부장은 "단순히 아이들만 지원할 경우 일시적인 흐름에 그친다"며 "마을 사람들 스스로 자녀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지역사회가 아동을 위해 일하도록 해서 커뮤니티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굿네이버스는 이를 위해 지난달 꺼이랄리 지역에 처음으로 22명의 현지 어머니들을 모아 어머니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동네에서 아픈 아동이나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을 관리하고 돌보는 역할을 한다. 고 지부장은 "고산지대의 경우 아이들이 아파도 약이 없어서 상처가 곪아 썩어갈 정도다"라며 "어머니회가 약을 직접 관리하면서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지역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는 것.' 이 소박한 목표 하나가 이들을 움직이고 있다. 현재 네팔에는 굿네이버스 외에도 국제난민기구(IRO), 유니세프(UNICEF), 월드비전, 세이브더칠드런 등 20여개의 국제기구가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후원문의 (02)6717-4000(www.gni.kr), 국민은행 463537-01-002778(예금주: 굿네이버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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