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같은 밤바다에서 생과 사가 오가는 아비규환의 현장을 누빈 한 무명 영웅의 정체가 밝혀졌다. 바로 천안함의 김정운(43) 상사다.
해군 관계자들과 당시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펼쳤던 인천 옹진군 227호 어업지도선 김정석(56) 선장 등 목격자에 따르면 김 상사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차디찬 밤바다에 몸을 던진 뒤 구명정을 천안함 쪽으로 밀어 실신 상태에 이른 동료들을 안전하게 태우도록 사투를 벌였다.
당시 천안함이 반파되자 배에서 띄운 구명정 수십여 개가 수면에 떴지만 엄청난 파도와 급 물살, 거센 바람으로 천안함 함수(艦首)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함수는 오른쪽으로 크게 기울어지면서 가라앉기 시작했다.
절체절명의 국면에서 천안함 함교 쪽에 있던 김 상사는 바다 속으로 마치 다이빙하듯 거침없이 뛰어들어 차가운 바다를 날렵하게 헤엄치며 구명정들을 천안함 쪽으로 밀어붙였다. 김 상사의 활약으로 천안함 장병들은 차례로 구명정에 옮겨 탄 뒤 인근에서 대기 중인 인천해양경찰서 고속단정의 구조를 받을 수 있었다.
구조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 김 상사는 어업지도선으로 다가왔고 김 선장은 그를 끌어올렸다. 당시 그는 찬 바닷물 속에서 10분 이상 헤엄친 탓인지 온몸이 새파랗게 얼어붙어 있었다. 그러나 팔 부분의 경미한 부상을 제외하곤 특별히 다친 곳이 없었다. 그는 27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언론의 인터뷰마저 거절하고 있는 김 상사는 전우들의 생사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 31일 그를 면회하고 나온 가족은 "'전우들이 아직 바다 속에 있다'며 실종자 얘기가 나오면 너무 가슴 아파했다"고 말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