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檢 '재판부의 질문 선별·조정' 거쳐 한명숙 신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檢 '재판부의 질문 선별·조정' 거쳐 한명숙 신문

입력
2010.04.02 02:01
0 0

피고인의 진술거부권과 검찰의 신문권을 놓고 논란이 거듭된 한명숙 전 총리 뇌물의혹사건 공판에서 소송지휘권까지 발동한 재판부가 절충안을 마련해 검찰의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검찰은 질문 내용만 기계적으로 읽어 내려갔고, 한 전 총리는 단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형두) 심리로 열린 이 사건 13차 공판에서 검찰은 전날에 이어 피고인 신문권 행사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재판에 앞서 공식성명을 통해 "공소를 제기한 검찰이 피고인에게 질문조차 못하는 재판은 있을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재판 시작부터 일본 형사소송법과 일본판례를 제시하며 "검사가 질문을 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순 없다고 돼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다음 절차로 넘어가라고 명시한 법원실무제요에 대해선 "검찰과 다른 해석이고 (검찰이 피고인 심문을 하지 않는 것은) 선례가 없다"고 응수했다.

변호인은 "일본 예는 참고사항이지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의 형소법과 법원실무제요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선례가 없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선 PD수첩 공판을 예로 들며 검찰을 압박했다. 검찰은 전날 "PD수첩 공판 때도 피고인들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지만 검찰은 질문을 했다"고 말했지만, 실제 당시 검찰은 신문을 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는 증거제출만으로 충분하다고 검찰이 판단했기 때문에 안 한 것"이라고 뒤늦게 해명했다.

검찰의 반발로 재판이 공전하자 재판부는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가장 법적인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했다"며 아쉬움을 밝힌 뒤 절충안을 제시했다. 검찰의 피고인 신문을 허락하되 변호인이 질문사항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 재판부가 이를 고려해 질문사항을 수정한 뒤 검찰이 묻는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검찰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대했지만, 재판부는 "소송지휘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뒤 절충안대로 신문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 변호인, 검찰은 신문사항을 3시간 가량 함께 수정한 뒤 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5만달러를 건넸다고 진술한) 총리공관 오찬 행사의 취지는 뭐냐, 골프 연습장을 다닌 적이 있느냐, 아들의 유학 비용은 어떻게 충당했냐, 지난해 여름 곽씨의 제주도 골프빌리지를 빌려달라고 연락했다던데 당시 곽씨가 아들이 미리 예약한 것을 양도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 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질문은 주로 골프채, 골프장 무료 이용 경위를 묻는 데 집중됐다.

검찰이 200여개의 질문을 읽어나가는 동안 한 전 총리는 일체 대답하지 않았고 검찰 신문은 50분만에 끝났다. 검찰은 신문이 끝난 뒤 "원만한 재판 진행을 위해 재판부의 소송지휘에 협조했지만 검찰의 신문을 사전에 제한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며 이 발언을 조서에 기록해 달라고 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제기한 한 전 총리 아들의 미국 유학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검찰은 앞서 "변호인의 주장과 달리 (아들) 박씨는 버클리 음대에 다닌 걸로 확인됐고, 또 벙커힐컬리지의 학비도 1,625 달러가 아닌 4,625달러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박씨가 2년 전 수학했던 엠마뉴엘 칼리지에 입학하려면 통장에 4만6,600달러 이상이 있어야 한다"며 문제의 5만달러의 사용처가 아닌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변호인은 "이 부분을 해소한다면 공소를 취소할 것이냐"고 운을 뗀 뒤 "학비 차이는 미국에서 현금으로 계산한 부분만 보내줘 카드로 낸 3,000달러가 누락된 것이고, 버클리 음대는 일종의 여름 프로그램으로 정식 등록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한 전 총리의 지인과 친척들이 송금한 박씨의 계좌내역 전체를 자료로 제출해 5만달러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재판부는 2일 재판을 속개해 변호인 신문을 진행한 뒤 심리를 마치고, 9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강아름 기자 saram@hk.co.kr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