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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판 한식요리책 낸 육명희 크라운베이커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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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판 한식요리책 낸 육명희 크라운베이커리 사장

입력
2010.04.02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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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베이커리 육명희(61) 사장이 한식 요리책을 냈다. 그것도 중국식 한자로, 중국인을 위해 쓴 책이다. 책 제목도 <一学就会的韩国料理> . 우리 말로 풀어보자면 '한 번 배우면 바로 할 수 있는 한국요리'라는 의미다. 이 뜬금없어 보이는 '외도'에 얽힌 사연이다.

"2006년일 겁니다. 베이징대에서 개설한 기업총재 입문학당 연수에 참가했는데, 당시 만난 이들에게 가끔 음식을 만들어 대접을 했어요. 요리랄 건 없고, 집에서 해먹는 그런 우리 음식들이었죠. "그런데 반응이 뜻밖에 좋았다고 한다. "또 해달라는 이도 있고, 가르쳐달라고 청하는 이들도 있고…, 아예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책을 내볼 것을 권유하는 이도 있었어요." 당시 그의 식객 중 한 사람인 중진쟈청(中金佳成) 투자관리유한회사 천스유 대표는 '육 사장이 대접한 한식은 아름다운 모양과 특별한 맛을 갖춘 뛰어난 요리였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육 사장의 음식 맛을 경험한 이들은 금세 중국인들의 그런 반응에 수긍한다. 그는 크라운-해태제과 윤영달 회장과 결혼해서 시동생 3명을 장가보내기 전까지 맏며느리로서 집안 대소사를 챙겼고, 자동화기기를 만드는 주식회사 우전과 남덕의 대표를 맡아 하면서도 식구들의 밥상은 손수 차렸던 주부다.

책에 소개된 메뉴 역시 육 사장네의 식탁 차림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국, 찌개, 조림, 무침, 김치, 산적, 나물…. 99가지 대부분이 소박한 우리 음식이다. 그 음식들의 조리법을 정갈하게 그의 책은 소개하는데, 책에 실린 음식 사진들 역시 그의 자택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주말이면 시동생 가족들이 모두 모여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이 잦은데, 다 모이면 30명이 넘습니다. 그렇게들 모여 만들어 먹는 음식이야말로 진짜 한국음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더라도 선뜻 중국어판 요리책을 낸다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는 2006년 그 해 귀국 직후 배화여대 관광중국어 통역과에 진학,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이듬 해 베이징대 CEO인문학당, 2008년 칭화대 경영관리대학원을 각각 졸업했다. 어학에 웬만큼 자신이 생긴 터여서 망설임이 덜했다는 의미다. 또 마침 한식의 세계화라는 시대적 수요와 소명의식도 한몫 했을 것이다. 사업의 주력은 '빵'이지만 그에게는 한식 역시 먹는 즐거움과 건강을 추구하는 한 길의 작은 차이였을 것 같기도 하다. 크라운베이커리가 우리 콩을 재료 삼아 내놨던 상품들, 이를테면 파주 장단콩 콩케익,라이스 쌀쿠키, 약식 떡케익, 흑임자 롤케익 등도 그런 맥락에 놓여 있는 아이템들일 것이다.

"제 집 부엌에서 제가 늘 쓰던 주방 도구를 썼고, 며느리와 손자와 다 같이 즐기며요리하는 모습의 사진도 일부러 담았어요. 외국인에게 우리 음식 뿐 아니라 가족의 귀한 정(情)도 함께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육사장은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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