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 2009~10 정규시즌 팀별 잔여 경기가 10경기 안쪽으로 접어들면서 개인 타이틀 경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문은 역시 득점. 2007~08시즌 득점왕이자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르브론 제임스(26ㆍ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킹' 별명에 걸맞게 1위(한 경기 평균 29.8점)를 달리고 있다. 제임스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야 할 코비 브라이언트(32ㆍLA 레이커스)가 4위(27.2점)로 다소 주춤한 가운데 낯선 이름이 제임스의 개인 통산 두 번째 득점왕 등극의 최대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
주인공은 3년차 포워드 케빈 듀런트(22ㆍ206㎝ 104㎏ㆍ오클라호마시티 선더). 듀런트는 올시즌 73경기에 전부 출전해 경기 당 평균 39.3분을 뛰며 29.6점을 기록 중이다. 제임스와 차이는 불과 0.2점. 정규시즌 종료까지 9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역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듀런트는 1일(한국시간) 강호 보스턴 셀틱스전서도 37점을 몰아넣으며 진가를 확인시켰다. 제임스는 밀워키 벅스전서 23점을 넣었다.
듀런트의 최대 강점은 엄청난 팔 길이. 양 팔을 옆으로 뻗어 잰 양 손끝의 길이(윙스팬)가 무려 228.6㎝다. 참고로 국내 최장신 하승진(222㎝)의 윙스팬은 226㎝다. 고교 시절 스승이 35세에 요절해 지금까지도 등번호 35번을 고수하는 듀런트는 워싱턴 포스트가 선정한 올해의 고교선수와 맥도널드 전미(全美)최우수고교선수로 뽑히는 등 공수에 있어서 타고난 재목으로 인정받았다. 텍사스대 진학 후에도 듀런트는 여전히 '핫 이슈'였다. 1학년 때부터 주전을 꿰차 30경기에서 20점 이상을 넣을 만큼 기복 없는 득점 감각을 뽐냈다. 전문가들은 대학생 듀런트를 NBA 최고스타 케빈 가넷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듀런트는 2007년 2월 미국대표팀 훈련 캠프에 초대받는 영광을 누린 데 이어 3월에는 1학년으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AP통신이 주는 올해의 대학선수상을 받았다. 그 무렵 샬럿 밥캐츠의 공동 소유주 마이클 조던이 인터뷰에서 듀런트를 칭찬했다가 NBA 사무국으로부터 1,000만원이 넘는 벌금을 부과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드래프트 신청 전의 대학선수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언급하면 안 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3개월 뒤인 6월, 듀런트는 전체 2순위로 시애틀 슈퍼소닉스의 지명을 받아 꿈의 무대에 발을 디뎠다. 1순위는 오하이오주립대 센터 그렉 오든(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의 차지였지만, 오든이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쉬는 사이 듀런트는 20.3점 4.3리바운드 2.4어시스트의 눈부신 성적으로 2007~08시즌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시애틀 구단 역사상 첫 신인왕이었다.
소속팀의 성적이 바닥이라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옅었지만, 올시즌은 다르다.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지난 시즌부터 오클라호마시티 선더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한 듀런트의 소속팀은 올시즌 46승28패로 제대로 환골탈태했다. 이 기세라면 플레이오프 진출도 어렵지 않은 상황. 바야흐로 듀런트의 시대가 도래했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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