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 기록을 갖고 있는 산악인 박영석(47)씨가 5월 초 안나푸르나(8,091m) 남벽을 오르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그는 남벽을 등정하되 알파인 스타일로 신루트를 뚫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놓았다.
알파인 스타일이란 말 그대로 4,000m급의 알프스를 오를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등반에 필요한 장비를 자신이 직접 나르고 산소기구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반면 알프스보다 훨씬 높은 히말라야의 8,000m급 산을 오를 때는 포터들이 짐을 나르고 산소기구를 사용하며 고정로프를 설치해 이용하는 등 외부 혹은 인공장비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박영석씨의 얘기는 알프스를 오를 때 쓰던 자급자족적 방법을 히말라야 등정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국제산악연맹(UIAA)은 알파인 스타일의 기준을 ▦원정대원은 6명 이내로 구성하고 ▦로프는 팀당 1, 2동만 사용하며 ▦고정로프나 다른 등반대가 설치한 고정로프를 사용하지 않고 ▦사전 정찰등반을 하지 않으며 ▦짐꾼이나 기타 지원조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산소기구를 휴대하거나 사용하지 않는다고 정의한 적이 있다.
알파인 스타일로 히말라야를 오르려면 강한 체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험한 기상 조건과 싸우며 직접 짐을 지고 올라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힘이 든다. 알파인 스타일에서 짐을 줄이고 짧은 시간에 산을 올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알파인 스타일로 히말라야 8,000m급 등정에 성공한 최초의 사례는 라인홀트 메스너와 페터 하벨러가 1975년 히든피크(8,068m)를 오른 것이다. 당시 두 사람은 불과 12명의 짐꾼을 베이스캠프까지만 동원했으며 그 뒤는 순전히 자신들의 힘으로 등반을 진행했다. 불과 57시간 만에 등정에 성공함으로써 속공등반을 이루기도 했다. 두 사람이 히말라야에 소규모 경량 등반 시대를 연 뒤, 많은 예산을 들이고 수백 명의 짐꾼을 고용하는 대규모 원정방식을 탈피하려는 시도가 잇달았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