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경쟁력 1위 도시 대전, 그 속에도 빈곤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달동네 군상이 있다. 이른바 ‘하늘 동네’라 불리는 산비탈의 슬럼가, 도심 속 영구임대아파트촌 등 이 그런 곳이다. 소년소녀가장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쓸쓸한 시민’이 살을 부벼대며 삶을 버텨내는 그늘촌 이다. 그들은 가난에 찌들고 고립감에 허우적거리며 희망을 모르고 살아간다.
대전 동구 판암2동. 2,700세대가 사는 영구임대아파트 4단지가 대표적이다. 기초생활수급만 1,600세대를 헤아리는 ‘좌절의 땅’이 2006년부터 자활의 터전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대전시가 민선4기들어 시작한 신도심 재생프로그램인 ‘무지개 프로젝트’가 이 곳에서 닻을 올렸기 때문이다. 원주민이 쫓겨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더 잘살 수 있도록 주거환경 교육 복지 문화 취업 등을 총체적으로 재생하는 신개념 복지정책은 달동네를 개혁했다.
숨막히던 골목에 예쁜 그림과 조형물이 꾸며지고, 연극 무대와 음악 공연이 흘러 넘쳤다. 단절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주민들의 웃음이 담장을 넘나들었다. 무지개는 이듬해부터 곳곳으로 번져나갔다.
대덕구 법동, 서구 월평동, 동구 대동, 중구 부사ㆍ문창동으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 예쁜 공원이 들어서고 교육환경이 바뀌는 등 140여가지 다양한 사업에 987억원이 투입됐다.
빈공층에 대한 사회적 배려로 시작된 무지개프로젝트는 이제 마을자체가 관광자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대동 산1번 하늘동네는 인터넷 포털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골목 비경’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친 서민 정책의 모범사례로 손꼽힌 무지개프로젝트는 전국의 공무원들에게도 ‘찾아보고 싶은 명소’가 됐다. 이미 20여개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정부기관 등이 현장을 찾았다.
경기 안양시, 광주 북구, 부산 사하구 등 숱한 기관 단체가 주민 스스로 희망을 일구는 현장을 둘러보며 그들의 소외계층 재생 전략을 세웠다. 보건복지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등 정부 부처도 대전시 공무원을 불러 특강을 듣는 등 배우기에 빠졌다.
한남대 최목화(사회복지)교수는 “무지개프로젝트는 행정 중심의 전시효과를 뛰어넘어 차별화한 복지정책으로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냈다”며 “단순히 물리적 환경 개선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이 심리적 소외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최정복기자 cj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