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는 어제 취임 첫마디로 "중립성ㆍ자율성ㆍ자주성을 내용으로 하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훼손될 수 없는 가치"라고 말했다. 3월 중순 한은 총재에 내정됐을 때"한은도 정부의 일부"라거나"(물가와 성장 사이의) 정책방향에 대한 최종 선택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것과는 적잖이 다르다. 대통령 경제수석을 지낸 관변 경제학자의 중앙은행 총재 등용에 대한 안팎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뜻 같은데, 말보다 구체적 실천이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 총재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한은의 독립성도 중요하고 국가경제 전체를 보고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한은의 인식과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 영향 때문인지 김 총재는 G20 의장국에 걸맞은 중앙은행 역할을 강조하면서 물가안정 노력, G20 중앙은행간 정책공조, 금융안정 기능 강화, 정부정책과의 조화, 시장과의 원활한 소통, 조사ㆍ연구 역량 제고를 중점과제로 제시했다.
이 같은 방향 설정은 크게 흠잡을 게 없다. 중앙은행의 역할이'인플레 파이터'에 머물지 않고 금융위기 예방, 고용 등 실물경제 지원으로 확대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하지만 핵심은 여전히 통화가치 안정이고 그 수단은 금리다. 중앙은행의 위상은 달라도 한결같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보장하는 이유다. 정책 협조나 공조도 필요하지만 중앙은행이 권력에 휘둘릴 경우 어떤 참사와 폐해가 일어나는지 역사는 똑똑히 보여준다.
김 총재는 먼저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 지난 10여일 동안 그의 말 한마디에 시장금리가 요동친 것은 아직 시장이 그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특히 금리나 물가보다 성장과 환율을 중요시하는 '강만수 사단'의 최중경 경제수석 임명으로 김 총재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런 우려는 물론 "비둘기가 '새장에 갇힌 매(이성태 전 총재)를 대신했다"는 외국 언론의 비유를 무색하게 하는 김 총재 자신의 색채를 서둘러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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