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재건축 허용연한을 완화해 달라는 일부 자치구의 요구에 대해 미동도 않던 서울시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는 1일 “재건축 허용연한이 도래하지 않은 아파트의 설비와 주거환경 등을 검토할 ‘공동주택재건축 정책자문위원회’를 이달 중 구성해 본격적인 실태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는 민간전문가와 시의원, 시민단체, 언론인 등으로 15명 정도의 자문위원을 위촉해 조사대상을 선정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 후 연말께 대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시는 위원회 구성이 재건축 허용연한 완화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 안팎에선 사실상 연한 완화를 위한 정지작업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위원회의 조사대상이 시의회 조례 개정시 재건축 연한이 완화되는 1985~91년에 준공된 아파트 10개 단지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현행 조례의 재건축 허용연한은 준공연도 기준으로 92년 이후는 40년, 81년 이전은 20년이고 82~91년은 준공연도에 따라 2년씩 차이를 둬 22~38년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노후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노원구를 비롯한 일부 자치구는 시에 재건축 연한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시는 부동산투기 우려와 주택수급불균형 등을 이유로 반대해 왔다. 일부 시의원들도 허용연한을 20~30년으로 이상으로 완화하는 조례안을 잇따라 발의했지만 지난달까지 5차례 모두 보류됐다.
자문위는 앞으로 조사대상 아파트가 선정되면 내진설계 대비 등 구조적 안정성과 배관과 기계 등의 설비 노후도, 주차장 현황 등 주거환경, 장기수선충당금 사용현황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한다. 시는 내진설계가 88년 이전에 준공된 아파트에는 적용되지 않았고 80년대 건설된 아파트가 바다모래 사용 등 부실자재를 사용했다는 논란이 있어 이 부분을 정밀 분석할 계획이다. 차량증가로 인한 주차공간 부족과 소방도로 미확보 여부 등 주거환경도 파악한다.
시는 자문위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연한을 완화할 수도, 강화할 수도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효수 주택국장은 “연한 완화를 전제로 한 조사가 절대 아니며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는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며 “단지 시의회에서 5차례나 보류될 정도로 관심이 커진 만큼 원점에서 재검토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건축 연한완화를 줄기차게 주장해 온 노원구와 일부 시의원들은 위원회 구성 결정을 환영했다. 노원구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재건축 완화에 대해 꿈쩍도 않던 서울시가 전향적으로 판단한 것 같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연한 완화 결정이 내려질 경우 85~88년에 준공된 아파트가 가장 많은 노원구(4만6,000가구)와 양천구(3만 가구), 송파구(2만1,000가구) 등에는 재건축 바람이 거셀 전망이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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