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을 문지르며 창공으로 솟아오르면 열기구 아래 춤추는 파란 물살이 아찔하다. 해질녘 그 하늘가로 달려가면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별빛 아래 아름다운 엑스포다리 곁을 휘감는 음악분수에 빠지다보면 야경의 황홀경에 절로 취해버린다. 대전 신도심을 가로지르는 갑천에 등장한 호수공원.
화려하면서도 편안하게 다가오는 그 곳에 가면 24시간 온통 즐거움이다. 갑천은 지난해 8월 호수공원으로 거듭나 대전을 대표하는 관광레저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 일대는 1993년 대전엑스포 때 라바(고무)보를 설치해 물을 가두면서 개천의 때를 벗었다.
하지만 요란했던 엑스포가 지나가자 갑천은 한 때 5급수 나락으로 떨어졌다. 천변엔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보는 낡고 수위 조절기능도 잃었다. 물고기가 오가는 어도조차 없어 상하류 생태계도 단절됐다. 민선4기 들어 대전시가 '갑천 대수술'을 선언했다.
도심 한복판에 멋들어지게 펼쳐진 갑천을 무대 삼아 생활-문화-관광을 빚어내기 시작했다. 더 넓고 예쁜 갑천을 만들기위해 가동보를 하류로 옮겼다.
690m 아래 대전천과 유등천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보를 이전하고, 담수면적을 79만㎡로 확대했다. 수심도 어른 키 높이로 키워 담수량이 100만㎥까지 불어났다.
갑천 호수공원은 일산 호수공원의 2.6배, 석촌 호수공원의 3.6배 규모다. 공원 주변도 걸맞게 거듭났다. 탁 트인 수변공간에 8각정자 등 각종 편의시설을 비롯해 꽃단지와 산책로를 새롭게 단장했다.
화려한 조명으로 덫칠한 엑스포다리를 주연배우 삼은 호수공원의 야경은 일품이다. 심야 강변을 형형색색 빛으로 휘감은 갑천 일대는 카메라 동호인들의 단골 촬영장으로 떠올라 인기몰이를 시작했고, 네티즌들의 찬사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8월 빛과 소리 등을 활용해 첫 공연한 수상뮤지컬 '갑천'은 관람객 20만명을 불러모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해 12월 일본축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호수공원은 지난해 10월 열린 제90회 전국체육대회 때 카누와 철인3종경기장으로 변신했다. 대전시는 4월부터 이 일대에 '카누의 세상'을 여는 등 수상레저스포츠 마당을 펼친다.
주말에 1-2인승 레저카누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현장에서 초보자도 쉽게 카누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유럽 등지에서 단체 관광객에게 인기인 용선카누도 등장한다. 적게는 12명부터 최대 22명까지 한 배에 올라 북소리를 따라 경주를 한다. 대전시는 갑천문화행사와 연계한 대학별 용선카누대회도 열 계획이다.
또 가족이나 연인끼리 잔잔한 호수에서 즐기기에 딱 좋은 레저카약, 최근 동호인들이 부쩍 늘어난 윈드서핑 등도 시민체험 프로그램으로 내놓기로 했다. 대전시는 호수공원의 '부록'으로 인접 어은교 일대에 물놀이 공원도 만들었다.
길이 300m, 폭 50m 규모의 자연형 하천을 꾸며 시민들이 물장구를 치며 놀 수 있는 수영장을 조성했다. 평상시엔 0.5m의 수심을 유지해 어린이들의 공간으로 쓰고, 수영대회 등 이벤트가 열릴 때는 수심을 최대 1.2m까지 높일 수 있다. 물놀이장은 겨울엔 썰매장으로 변신한다.
일대는 하루 3만톤을 처리할 수 있는 하상여과시설을 통해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1PPM이하의 깨끗한 수질을 유지한다.
대전시 손성도 문화체육국장은 "갑천호수공원은 일대 펼쳐진 대규모 숲, 문화예술 무대, 레저스포츠, 과학체험까지 망라한 새로운 시민 행복 공간"이라며 "정부의 4대강 살리기와 연계한 생태하천 사업이 마무리되면 '호반의 도시' 대전이 관광명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복 기자 cj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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