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정책 비판글이 게재된 블로그를 공격할 수 있는 악성소프트웨어를 고의로 퍼뜨렸다고 구글의 엔지니어 등이 폭로했다. 이와 관련, 베트남이 중국과의 공조를 강화하면서 중국의 인터넷 통제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의 보안 엔지니어 닐 메타와 보안업체 맥아피의 최고기술경영자(CTO) 조지 크루츠는 지난 30일 각자의 블로그에 이 같은 의혹을 동시에 폭로했다. 메타가 구글의 온라인보안 블로그에 게재한 글에 따르면, 악성프로그램은 베트남어로 인터넷에 글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에 숨어 있으며 이를 다운받은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잠재적인 피해자가 됐다. 해당 소프트웨어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블로그를 공격해 마비시키도록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 베트남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보크사이트(알루미늄 원광) 광산 채광권 문제를 제기한 블로그가 주요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고 메타는 설명했다.
베트남 정부는 보크사이트 광산 채광권을 중국알루미늄공사(차이날코) 계열사에게 허용했는데, 심각한 환경오염이 우려되는 데다 채광작업을 위해 중국인 노동자들이 유입될 예정이어서 베트남 국민들의 불만이 크다.
맥아피 CTO 크루츠 또한 같은 날 게재한 블로그에서 같은 사실을 폭로하고, "이런 짓을 저지른 사람은 아마 베트남 정부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베트남 정부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AP통신은 "베트남 정부가 자유로운 의견 흐름을 위해 사이버보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국제사회에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더욱 눈길을 끈다"고 그 이중성을 지적했다.
베트남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중국의 인터넷 통제정책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베트남 전문가인 호주 캔버라의 뉴사우스웨일즈 대학 칼릴 태이어 교수는 WSJ과의 인터뷰에서"베트남 정부는 중국이 반대세력을 억압하는 방법을 배우는데 열정적이며, 양국의 공공보안 관련 부처간에 긴밀한 공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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