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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2010FW 패션 서울, 진부함을 벗고 파격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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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2010FW 패션 서울, 진부함을 벗고 파격을 입다

입력
2010.04.02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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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드의 힘은 강했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오랜 경구에 패션만큼 끊임없이 반기를 드는 행위가 또 있을까. 1일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일주일간 대장정의 막을 내리는 '2010FW 서울패션위크'는 파격과 비정형의 매력을 설파하는 디자이너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올해 서울패션위크의 두드러진 특징은 남성복디자이너들의 급성장이다. 특히 정욱준(준지), 고태용(비욘드 클로젯), 송혜명(도미닉스웨이), 한상혁(엠비오), 김선호ㆍ박정은(그라운드웨이브) 등은 뚜렷한 개성과 창의성으로 주목 받았다.

파리컬렉션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정욱준은 이번 시즌 정규 패션쇼 대신 바이어와 패션언론을 대상으로 한 프레젠테이션 쇼를 마련, 짧지만 강렬한 무대를 선사했다. 상의 앞 섶을 두 가지 소재, 두 가지 패턴으로 디자인해 레이어드(겹쳐입기) 효과를 낸 재킷과 코트류는 신선했다. 또 단순 여밈 기능뿐 아니라 장식선의 역할까지 한 지퍼는 볼륨을 조절하거나 겉과 속의 벽을 허물고 상의의 정형화된 틀을 깨트리는 요소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컬렉션 취채차 방한한 프랑스 일간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의 레베카 보이트 기자는 "매우 영리하고 완벽한 작업(very smart and perfect show)"이라고 상찬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스타일링 작업을 통해 유명세를 얻은 고태용의 작업도 큰 호평을 끌어냈다. 클래식한 승마용 재킷에 올오버(all-overㆍ상하의가 연결된 작업복), 카멜 코트 위에 고전적인 체크무늬 블루종점퍼를 덧입는 독특한 연출로 노스탤지어와 현대적인 세련미를 아우르는 기량을 선보였다.

김선호ㆍ박정은 듀오는 '신진'의 타이틀을 넘어서는 패기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커다란 후드로 얼굴을 반 이상 가린 모델들이 선보인 옷들은 옅은 자주와 갈색, 회색 등 저채도의 색상에 소매와 상의 앞섶의 재단선이 기하학적인 균형을 이루며 호응했다. 차분하면서도 만만찮은 내공이 느껴지는 작업들이었다. 한상혁은 일본과 프랑스의 유명 편집매장 바이어들이 쇼 직후 인터뷰 요청을 쏟아낼 정도로 인기를 모았는데 특히 등반을 주제로 클래식한 정장과 아웃도어 아이템을 믹스매치한 솜씨가 탁월했다.

한편 음반프로듀서 박진영의 무대의상으로 유명한 송혜명의 작업은 이번 시즌 중 가장 개성적인 패션쇼 중 하나로 꼽을만했다. 도시 뒷골목의 거칠고 섹시한 남자들로 분장한 모델들은 머리를 길게 늘이거나 기름을 발라 잔뜩 뒤로 넘긴 채 실제 담배연기를 피워 올리며 몸에 찰싹 달라붙는 섹시한 검은색 가죽 바지와 울스판 재킷류를 선보였다. 뉴욕에서 패션 및 광고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는 조벡씨는 "옷의 완성도를 떠나 강렬한 아이텐티티를 구축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여성복은 지난 시즌 국내외 패션계를 휩쓸었던 구조주의적 관심이 여전한 가운데 소재와 패턴을 통해 아방가르드 감성을 한껏 고양시킨 작업들이 다수였다.

최근 서울 신사동에 국내 첫 쇼룸을 개설한 스티브앤요니 커플은 프레젠테이션 쇼를 통해 재기발랄하고 예민한 패션 감각을 자랑했다. 하체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레깅스에 프린지(술)를 대담하게 달거나, 검은색 면 후드가디건과 레오파드 무늬의 점퍼나 세로 절개선이 독특한 모피 베스트를 곁들인 1980년대식의 화려한 캐주얼은 영화 '나인'의 케이트 허드슨을 연상시키는 매력을 발산했다.

제너레이션넥스트에 나선 홍혜진(스튜디오K)은 원과 사각 등 도형과 그 도형들이 만들어내는 건축구조에 매혹된 디자이너가 다양한 절개선과 입체재단을 통해 옷에 공간과 구조를 부여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트렌드세터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번 시즌 처음 서울컬렉션에 참가한 김재현은 남성 정장용 소재를 사용한 정장과 섬세한 레이스 블라우스, 보풀보풀한 표면감을 살린 울과 매끄러운 가죽 재킷 등 소재 믹스의 정석에 충실한 작업들을 선보였다.

반면 오랜만에 컬렉션을 여는 노승은은 여성의 아름다운 어깨선을 강조한 짧은 판초와 어깨를 덮는 버서칼라를 연상시키는 어깨덮개, 앞판과 뒷판의 소재와 색채를 달리한 바지 등 흥미로운 디자인들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문영희 진태옥 등은 섬세한 레이스와 펠트, 울을 넘나들며 주름잡기와 접기 등 섬세한 수작업의 힘이 느껴지는 무대를 선사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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