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를 훌쩍 넘긴 달인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검은 점이 송송 박힌 반죽이 살짝 떠올랐다 내려앉을 때마다 가벼운 탁탁 소리가 리듬처럼 이어졌다. 숨 죽이며 달인의 손놀림을 지켜보느라 고요한 주방에서 반죽이 내는 리듬은 유난히 경쾌하게 들렸다.
10여년 전 국내 베이커리를 강타한 깨찰빵을 처음 개발한 가츠유키 야마모토 마쯔다니(74) 고문이 한국을 찾았다. 깨찰빵 노하우를 전수하는 쿠킹클래스를 열고 식품 관련 대학에서 강의도 하며 바쁜 일정을 보낸 그를 최근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한국마쯔다니 연구소에서 만났다.
야마모토 고문이 직접 보여준 깨찰빵 제조 과정은 의외로 간단했다. 타피오카(돼지감자)전분과 밀가루를 8:2 비율로 섞고 소금을 뿌려 골고루 젓는다. 쇼트닝과 계란 간장 물 검은깨(흑임자)를 넣고 반죽한 다음 40∼60g씩 떼어 동글납작하게 빚는다. 이를 오븐에 넣어 부풀리면 완성. 반죽에 넣은 계란과 오븐에 넣기 전 살짝 뿌려주는 물이 효모(이스트) 없이도 빵을 부풀린다.
"20년쯤 전에 타피오카전분과 치즈로 만든 브라질의 폰데케조(포르투갈어로 '치즈빵')가 일본에 들어와 유행했어요. 여기에 간장과 깨라는 동양의 맛을 가미해 만든 게 바로 깨찰빵입니다. 씹을수록 간장 고유의 향과 깨의 고소함이 은은하게 딸려오는 게 꼭 감춰져 있던 맛이 살아나오는 느낌이죠."
1995년 백화점에 처음 선보인 깨찰빵은 감춰진 뒷맛과 타피오카전분 특유의 쫄깃한 식감으로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한국 시장에도 적중한 깨찰빵은 최근 집에서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냉동제품으로도 출시됐다. 이후 대만 중국 싱가폴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했다.
"한국인은 쫄깃하면서도 단단한 찰기를, 일본과 중국인은 부드러운 찰기를 선호해요. 대만은 그 중간 정도를 좋아합니다. 이제 나라마다 미묘하게 다른 입맛을 맞출 방법을 개발해야죠."
전분과 제빵 분야에 몸담은지 약 60년이다. 그의 손에 보이는 주름 하나하나에 빵의 역사가 고스란히 스며있는 듯했다.
임소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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