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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버랜드 미래비전 선포 "인프라 경영·해외 진출로 10년 후 매출 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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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버랜드 미래비전 선포 "인프라 경영·해외 진출로 10년 후 매출 8조"

입력
2010.03.3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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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지 1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변화를 예고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바로 삼성에버랜드다.

왜 에버랜드에 주목하는가

삼성에버랜드가 7년 만에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매출이 1조8,000억원에 불과해 136조원 매출을 올린 삼성전자 등 다른 계열사와 비교하면 작아 보인다. 하지만 역할은 결코 그렇지 않다.

삼성에버랜드는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구조의 핵심에 있으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25%, 장녀인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전무와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가 각각 8%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다. 따라서 드러난 숫자가 전부가 아니라 물 밑에 거대한 덩어리를 감춘 빙산 같은 거함이다. 또 이 회장이 총애하는 이 전무가 몸 담고 있는 회사인 만큼 비전 발표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2020년까지 매출 8조원 겨냥, 해외도 진출

삼성에버랜드는 31일 창립 47주년을 맞아 2020년까지 8조원의 매출을 올리기 위한 중장기 비전을 발표했다. 하루 앞서 용인 에버랜드에서 가진 비전 선포식에는 최주현 사장과 이 전무 등 임직원 1,000여명이 참석했다. 최 사장은 인사말에서 "한 사람의 꿈은 꿈에 그치지만 만인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징기스칸의 말을 인용하며 이번 비전 선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전의 골자는 각종 사업 현장에 필요한 최적의 기반(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프라 경영'과 새로운 사업을 적극 발굴해 해외로 나가겠다는 것이다. 인프라 경영이란 기업 활동에 필요한 건물, 에너지 공급 등 기반 시설을 제공하는 사업을 주축으로 한 경영 활동이다. 즉, 계열사들이 반도체나 휴대폰, TV 제조 등 본연의 업무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나머지 시설, 전력 등 부차적인 것들을 삼성에버랜드에서 알아서 관리하고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언뜻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삼성에버랜드가 그룹내 인프라 사업을 총괄하면, 업종 불문하고 모든 계열사의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물론 직접적인 계열사 경영과 사업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계열사들은 삼성에버랜드의 기반 시설이라는 동일 플랫폼 위에서 움직이게 된다. 즉, 삼성의 소프트웨어를'싱글'(사내 전산망)이라는 그룹웨어가 묶어준다면 하드웨어는 에버랜드가 제공하는 셈이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고객이 될 기업들의 본업외에 회사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할 것"이라며 "제공 영역 및 사업은 발명가처럼 하나씩 만들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환경 및 에너지 등 신사업을 적극 발굴해 해외 진출도 모색할 방침이다. 이 업체가해외 진출을 선언한 것은 처음이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미래에 대비하려면 국내만 바라봐서는 경쟁력이 없다"며 "어떤 사업을 할 지 앞으로 정해야 하지만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기존 놀이공원, 식자재 사업으로 한정된 서비스 업체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글로벌 기업으로 새로 태어나기 위한 의지가 크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90년대 중반 중앙개발 시절의 기업 이미지가 아직도 남아 있으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지난해 매출에서 테마파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웃돌고, 에너지 및 건물 관리 42%, 식자재 유통 등 푸드시스템이 37%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룹 내 영향력 및 비중 높아질 듯

업계에서는 삼성에버랜드의 비전 발표가 그룹내 비중을 높여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룹내 인프라 제공, 환경 및 에너지 등 여러 계열사와 중복 가능성이 있는 신사업 및 해외 시장을 겨냥한 점과 무엇보다 이 회장 가족의 지분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이 같은 시각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업계 관측은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며 "이번 비전 발표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 것이 아니라 1,300명의 직원들이 2월부터 전담팀(TF)을 만들어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30일 용인 에버랜드에서 진행된 비전 선포식도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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