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고의 원인이 오리무중이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그건 천안함 선체가 강한 충격에 의해 절단됐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이기식 합동참모본부 정보작전처장은 31일 기자와 만나 "수직으로 절단됐다"고 말했다. 수직 절단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사고 원인을 짚어 봤다.
버블제트가 선체 블록 사이를 강타
먼저 천안함의 구조를 살펴 보자. 천안함은 6개 블록으로 돼 있다. 배가 크기 때문에 전체가 하나가 아니라 각각의 블록을 용접으로 이은 접합체다. 따라서 하나의 구조물보다는 외부 충격에 약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합참은 30일 "마스터와 가스터빈실 사이의 원ㆍ상사 침실 부분이 절단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선체의 중간 부분에 뭔가 강한 충격이 가해져 블록이 분리됐다는 얘기다.
그러면 충격의 실체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1,200톤급 군함을 두 동강 낼 정도의 위력으로 버블제트(bubble jet) 효과를 꼽는다. 철판을 뚫지 않는 표면 폭발형 어뢰나 기뢰가 함정 밑바닥에서 폭발할 때 강한 충격파와 고압의 가스거품(버블)이 발생하는데 이 거품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 함정이 따라서 활처럼 휘어 위아래로 오르내리고 이때 물의 밀도가 약해지는 곳으로 주변의 물이 급속히 빨려 들어가면서 수직으로 물대포를 뿜어내 선체를 반파시키는 것을 말한다.
특히 위아래로 선체가 휘기 때문에 선체의 중심부가 수직 절단된다. 천안함 수직 절단 부위도 중간 지점이다. 굳이 공격체에 의해 구멍이 뚫리지 않아도 배가 부서지는 것이다.
어뢰인가 기뢰인가
따라서 어뢰나 기뢰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군은 사고 발생 초기, "함미(艦尾) 부분이 떨어져 나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선체 뒤쪽 스크루와 인접한 디젤엔진실 및 탄약고 사이가 절단 부위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특히 기뢰가 주목받았다. 소리가 많이 나는 스크루와 디젤엔진실이 서로 붙어 있기 때문에 음향감응식 기뢰에 이 부분의 소리를 입력해 공격했다는 것이다. 군의 감시망에 포착된 북한의 잠수정이나 반잠수정이 없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절단 지점이 선체 중심부로 확인되면서 기뢰설은 힘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대신 어뢰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정확히 조준해서 천안함을 가격했다는 것이다. 최근 사고 수역과 불과 50㎞ 떨어진 북 사곶기지에서 반잠수정 수척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어뢰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한국군의 기술로는 어뢰를 완전히 포착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도 있다.
그렇다고 기뢰설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천안함이 사고 당시 뭔가 급박한 상황 속에서 고속 기동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디젤엔진을 끄고 선체 중심부에 있는 가스터빈을 작동하기 때문에 이 소리에 반응하는 음향감응식 기뢰로 공격했을 가능성도 있다.
피로파괴 가능성도
선미 부분의 미세한 틈으로 물이 차 올라 선체가 순식간에 갈라지는 피로파괴 가능성도 거론된다. 선수는 부력을 받아서 계속 떠오르려 하고 선미는 물이 차올라 가라앉으려 하면서 양쪽이 힘의 차이를 견디지 못하고 중간 부분이 끊어지는 현상이다.
천안함이 취역한 지 21년이나 지났고, "평소 고장이 잦았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주장, "절단면이 깨끗하다"는 일부 구조대원들의 진술과도 일치한다. 67년 전 미 유조선이 피로파괴로 침몰한 전례도 있다. 하지만 수십 년 전 상선과 군함을 비교하는 것은 억측이라는 주장이 많다. 군도 "선체에 문제는 전혀 없었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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