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진 요즘 교복에 비해 날로 후퇴하는 우리 교육
감기에 걸린 아이가 밥을 잘 안 먹길래 빵이라도 사주려고 빵집에 데려갔다. 신나게 빵을 고르던 아이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래졌다. 똑같은 옷을 입은 커다란 형들이 우르르 들어와 갑자기 빵집이 시끌벅적해졌기 때문이다. 빳빳한 교복을 입고 새 선생님과 새 친구 얘기로 재잘대는 아이들이 예뻐 보이는 걸 보니 나도 이제 진짜 엄마구나 싶었다.
벌써 20년이 다 돼 간다. 교복 입고 학교 다니던 시절 말이다. 솔직히 그땐 교복이 싫었다. 세상에 예쁜 옷 많은데 왜 학교에선 꼭 교복을 입어야 하는지 불만이었다. 사실 불편하기도 했다.
점심 도시락을 비우고 나면 교복 치마는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어떤 친구들은 아예 허리 단추를 선생님께 안 보이도록 살짝 풀어뒀다. 새 학년으로 올라갈 때마다 교복을 새로 사야 하는지도 고민이었다. 성장을 감안해 좀 큰 걸 사면 팔다리가 짧아 보이는 것 같아 속상했다. 겨울이면 입고 벗을 때 유달리 정전기도 많이 생겼다.
요즘 교복은 달라졌다. 곳곳에 아이디어와 기술이 가미되면서 몰라보게 똑똑해졌다. 치마나 바지뿐 아니라 재킷에도 지퍼나 고무밴드를 달아 맞춤형으로 변신했다. 허리와 밑단 2∼3cm 정도는 자유자재로 조절되니 배가 불러도 편하게 숨쉴 수 있다.
시각의 허점을 이용한 디자인도 눈에 띤다. 재킷 허리선과 바지 무릎선을 약간 위로 올리면 다리가 길어 보인다. 바지 밑 위의 길이를 줄여 엉덩이가 올라가 보이게 하고, 재킷 밑단을 넓혀 허리가 가늘어 보이게 하는 간단한 착시효과는 한창 외모에 민감한 사춘기 학생에게 상당한 매력이다. 정전기 방지용 특수 섬유는 요즘 교복에선 기본이다.
계산을 마치고 빵집을 나오면서 아이에게 "맘마 많이 먹고 형아처럼 크면 예쁜 교복 입고 학교 갈 거야"라고 얘기해줬다. 아이는 눈을 깜빡이며 "맘마 마이 먹으면, 형아처럼 크면, 이뻐, 학교 간대"라고 엄마 말을 오물오물 따라 했다.
교복은 똑똑해졌는데 교육은 제자리걸음이다. 교육비리나 학교폭력 과열경쟁을 보고 있으면 우리 공교육이 오히려 후퇴하는 건 아닌지 답답하기만 하다. 덕분에 20년 전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졸업식 때 가차없이 찢겨지는 게 요즘 교복의 운명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추억 어린 교복과 체육복을 버리기 아쉬워 보자기에 싸뒀다. 요즘 친정 아버지는 집에서 종종 그 체육복을 꺼내 입으신다. 그리 좋은 옷은 아니지만 보관했더니 옛날 생각도 나고 나름대로 쓰임새도 있어 괜찮다. 우리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교복을 찢고 싶지 않을 정도만이라도 나아졌으면 좋겠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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