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이 잠수를 탄 듯이 조용하다. 지난 26일 밤 천안함 침몰 당시 승조원 56명을 구했던 해경인데도 이후 있는 듯 없는 듯 처신하고 있어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실종자 46명에 대한 수색 및 구조는 여전히 진척을 보이지 않고 심지어 수중탐색을 하던 해군 UDT대원마저 순직한 마당인데도 해경은 손을 빌려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해경 역시 해난구조를 위해 UDT, 특전사 경력을 지닌 정예 잠수요원을 보유하고 있는 데도 실종자 수색작업에 참여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해경의 이상한 처신은 천안함 승조원 구조 주역인 해경 501함 고영재(55)함장의 두문불출에서도 확인된다. 고 함장은 지난 30일 보도진들과 인터뷰를 한 이후 외부와의 접촉과 연락을 끊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고함장의 발언이 쓸데없는 의혹만 증폭시켰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함구령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해경은 "불필요한 얘기를 많이 하게 되면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어 자체적으로 결정했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침몰 당시 고 함장의 발언은 여러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고 함장은 30일 인천해경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함장이 "더 이상 구조할 인원이 없었다"고 했는지 여부에 대해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그 당시 경황이 없어 정확한 말은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천안함 함장이 마지막으로 퇴함하면서 다 된 거 같다고 그랬습니다"고 말을 바꿔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다 "구조된 승조원 가운데 물이나 갯벌 흙이 묻어 있는 사람은 없었다"고 밝힌 부분도 천안함의 침몰 원인과 관련, 여러 관측을 낳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방부나 해군이나 해경이 곱게 보일 리 없다. 천안함 침몰 당시 해군은 승조원을 구하는 데 마치 뒷짐이나 진 것처럼 비춰진데다 고 함장의 발언 진위에 따라 해군의 명예에도 심각한 누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심지어 천안함 폭발시간에서도 국방부는 26일 오후 9시30분이라 한 반면 해경은 9시15분이라고 밝혀 군을 곤혹스럽게 했다.
그래서 낮은 자세로 일관하는 해경의 모양새는 상부기관이나 군의 압력과 배척에 따른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천=송원영 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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