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손준호)는 31일 수녀원 공사비를 부풀려 과도하게 받아낸 혐의(사기 등)로 건설업자 이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가 서울 시내 한 수녀원과 악연을 맺게 된 것은 2005년. 수녀원을 새로 지어 이전하는 공사를 맡게 된 이씨는 수녀원측과 공사 관련 상의를 하는 과정에서 나쁜 마음을 먹게 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 수녀원은 수녀들이 속세를 등진 채 기도와 신앙생활을 하면서 생활하는 이른바 ‘봉쇄 수도원’이었다. 생계도 수녀들이 직접 농사를 짓거나 작은 물건들을 만들어 팔아 번 돈으로 꾸려나갔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세상 물정에 그다지 밝지 못했다.
이씨는 이를 이용해 서류를 조작해 공사비를 150억원으로 부풀렸고 이 중 16억원을 개인적으로 빼돌렸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설상가상으로 공사 과정에서 필요한 행정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지난해 완공된 새 수녀원 건물에 대한 입주허가도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녀들의 입장에서는 힘들게 모은 재산을 날린 데다 수녀원에 입주도 못하는 이중의 고통을 겪게 된 셈이다.
검찰은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되자 정황 증거를 보강해 이날 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처음부터 수녀들을 얕잡아보고 무시했다는 정황이 적지 않다”며 “죄질이 무거운 데다 이씨가 관련 서류를 위조했다는 증거가 추가로 발견된 만큼 영장을 재청구해 법원의 판단을 한번 더 받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검찰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도 이 사안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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