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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살신성인 해군노병이 알려 주고 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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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살신성인 해군노병이 알려 주고 간 것

입력
2010.03.3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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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현장에서 수중 구조작업 중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53)는 나라와 전우를 위해 몸바친 군인의 귀감이다. 해군 수중파괴대(UDT) 소속인 고인은 35년 복무한 군에서 전역을 앞둔 노병이었다. 그런데도 거센 조류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물밑 등 최악 조건을 무릅쓰고 잠수 한계를 넘는 위험한 임무에 앞장섰다. 투철한 책임감과 희생정신을 기리며 깊이 애도한다.

고귀한 희생이 돋보일 수록, 위험한 수중 구조작업을 무작정 독촉한 사회가 원망스럽다. 실종자 가족뿐 아니라 사회가 온통 조바심을 내며 함부로 군을 비난하는 가운데, 해군 잠수요원들은 무리한 구조작업을 강행했다. 그들의 용기와 헌신을 치하하는 것으로 사회의 성마른 천박함을 숨길 수 없다.

26일 참사가 발생한 이래, 우리 사회는 근거 없는 의혹과 악의적 비난을 쏟아냈다. 네티즌과 전문가, 언론과 정치가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공영방송이 한술 더 뜬다. 발생 시각과 위치, 침몰 경위와 원인, 인명구조와 실종자 탐색에 이르는 모든 게 의혹투성이다. 그러나 참사 자체의 의문과 달리, 앞다퉈 제기하는 숱한 의혹은 대부분 무지와 악의, 경박함과 무분별이 뒤엉킨 결과이다.

대형 참사의 발생 시각은 첫 보고와 최종 확인이 다르기 마련이다. 조류와 바람 영향이 큰 해상의 위치는 늘 부정확하다. 인근 함정이 적을 경계하고 해경이 생존자를 구조한 것은 올바른 조치다. 수중 탐색은 원래 어렵고 더디다. 구조ㆍ지원함을 단계적으로 증강 배치한 것도 순리다. 출동대기 상태가 아닌 함정이 출동하려면, 승조원 소집과 큰 공장 같은 기관ㆍ장비 점검, 연료 보급 등에만 많은 시간이 걸린다.

바다와 함정, 어뢰와 기뢰, 수중 탐색 등에 관한 지식이나 공부 없이 황당한 추측과 거친 비난을 일삼는 짓은 그만둬야 한다. 실종자 가족의 비통함을 드라마처럼 부각시키는 행태도 삼가야 한다. 북한 연루 가능성을 지레 과장하거나 사리 분별없이 군과 정부를 마구잡이로 비난하는 것은 보수든 진보든 얄팍한 정략 또는 선정적 상업주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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