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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관리 실태와 문제점/ 취업 도우려…폐강될까봐…학점 인플레, 대학 불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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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관리 실태와 문제점/ 취업 도우려…폐강될까봐…학점 인플레, 대학 불신으로

입력
2010.03.3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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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준비생인데, 이번 학기 000교수님 00과목 어때요?" "출석은 매번 체크하는데, 한두 번 정도 결석은 지장 없어요."

수강신청 기간 전후로 서울대 학생전용 사이트 '스누라이프'에 수두룩하게 올라온 글들이다. 강의 내용보다는 학점을 잘 따기 위해 교수 성향을 묻고 답하는 내용들이다. 고파스(고려대), 이화이언(이화여대) 등 다른 대학의 학생전용 사이트도 예외 없다. 학생들은 시험이 쉽고 과제가 없으며 학점을 잘 주는 과목을 찾아 다닌다.

학점인플레는 청년 취업난 속에서 'A학점폭격기' 교수를 찾는 이런 학생들 때문만은 아니다. 교수와 대학본부도 암묵적으로 동조해 빚어낸 합작품이다.

교수평가 등으로 인해 엄격하게 학점을 매기기 어렵다는 게 교수들의 하소연이다. 교양 과목에서 학점을 짜게 줬다간 폐강되기 십상이고, 전공 과목의 경우도 취업난에 힘겨워하는 제자들을 매몰차게 대할 수 없다. 신촌의 한 대학 교수는 "1학기 학점을 어떻게 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올해 처음 시행되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대출조건이 B학점 이상인데, 학점 잘못 줬다가 원망 듣는 경우라도 생길까 솔직히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교수는 "교수들이 주는 학점 수준과 학생들의 교수 평가가 정확히 일치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느 교수가 학점을 나쁘게 줄 수 있겠냐"고 말했다.

대학본부도 학생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A학점 남발을 수수방관하고 있다. 각 대학들이 상대평가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교수들에게 재량권을 대폭 주거나 A학점 범위를 50%로 넓히는 등의 방법으로 형식적인 상대평가에 그치는 실정이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서울대도 사실상 다 절대평가다"며 "서울대 경제학과 과목 점수를 봤더니 A를 받은 학생이 평균 45%인데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은 지난해 2학기부터 재수강을 듣는 학생은 아예 절대평가로 평가방법을 변경했다. 학생 강모(25)씨는 "학점이 B+ 나오면 재수강을 위해 그냥 C+ 이하로 달라고 교수님께 말한다"며 "재수강하면 A학점 받기가 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학점 인플레는 결국 대학의 학사관리에 대한 불신으로 되돌아온다. 대학이 고교 내신 부풀리기를 이유로 수험생 성적을 불신하듯, 기업체 역시 대학의 학점을 믿지 않는 것이다. 모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학점이 3.6~3.7 정도로 높은데, 전체 입사 평가 점수에서 학점은 5%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다"며 "학점 보다는 면접 점수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풀뿌리사회지기학교(대안대학) 류한경 교감은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학점에 매달리는 것은 자신에 대한 정체성이나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토론과 대화 등의 수업방식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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