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등 주요 병원들이 2,000만원 내외의 초고가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내놓고 외국인 등 최상위 귀빈(VVIP)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의 경우 '파트너스 프리미어 CEO'는 건강검진 비용이 1,800만원이나 되지만 벌써 올 예약자 120명을 다 채워 더 이상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 서울성모병원도 이 달에 외국인과 VVIP를 겨냥해 국내 최고가인 2,000만원(2박3일)짜리 '마리안 멤버스 플레티넘'을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1,500만원(2박3일)짜리 '인터내셔널 CEO 건강 프로그램'을, 서울아산병원은 1,700만원(2박3일)짜리 '아산프리미엄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병원들의 행보는 투자비용에 비해 수익성은 크게 높지 않지만 유력 인사들에게 병원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3.0T MRI 등 최첨단 장비와 최우수 의료진 갖춰
지금까지 프리미엄급 건강검진은 300만~600만원 수준이었다. 주요 병원들은 최근 이 같은 기존 검진과 차별화한 서비스를 원하는 상위 1%를 겨냥해 1,000만원이 훌쩍 넘는 초고가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내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각 병원의 초고가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보통 1회 건강검진을 포함해 1년 내내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최첨단 검사장비와 최정예 의료진, 각종 서비스 혜택 등이 포함돼 있다.
최첨단 검사장비로는 컴퓨터단층촬영(CT)의 경우 16채널이 아닌 64채널을, 자기공명영상(MRI)은 1.5T(테슬라)가 아닌 3.0T를 사용해 온 몸을 마치 손금 보듯이 들여다본다. 췌장암과 간암 등 복부 장기의 진단을 위한 복부 CT와 퓨전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 심혈관 3차원 CT 등으로 더욱 정밀한 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64채널 심혈관 3차원 CT는 심장 등 움직이는 장기도 즉시 입체적으로 촬영할 수 있는 최신 장비로 검사 당일에 심장질환 위험성을 판별할 수 있다. 특히 PET 검사와 CT의 장점이 하나로 합쳐진 양전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PET-CT)은 한번 검사로 암 진단과 병기를 결정할 수 있고, 치료에 곧바로 반영할 수 있다.
검사 결과를 분석하는 의료진의 실력도 우수하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는 소화기, 순환기, 내분비, 산부인과, 안과 등을 망라한 40명의 교수가 상주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는 전담교수 70명과 진료과장급 교수진이 검진에 참여해 검진 외에도 성형, 피부, 스트레스와 평소 지병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도 46명의 전문의가 검진분석을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관계자는 "이 같은 프로그램으로 인해 암 발견율이 일반 건강검진보다 2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주치의'를 도입한 곳도 있다. 서울대병원 '파트너스 프리미어 CEO' 프로그램은 회원마다 전담 주치의와 간호사를 지정해 365일 24시간 건강상담을 해주고 있다. 고혈압을 앓는 회원이 병원에 자주 갈 시간이 없다면 전담 간호사가 집이나 회사에 찾아와 혈압을 체크해준다. 또 갑자기 혈압이 올라 진료를 받아야 한다면 서울대병원에 진료 예약까지 대신 해준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도 전담 의료진을 두고 맞춤건강관리를 해주고 있다. 최윤호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장은 "해외 출장이 잦은 VVIP 고객을 위해 해외에서 발생한 응급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한 전세계 24시간 응급 지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건강검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상신호가 생기면 24시간 내내 외래연계와 수술 등을 1:1 전담 헬스매니저의 에스코트를 통해 신속히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비싼 비용 지불할 만한가?
초고가 건강검진 프로그램이 비용만큼 효율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국내외 CEO와 VVIP 인사들을 위해 별도의 병실을 마련하다 보니 검진 비용의 상당 부분이 숙박비로 들어간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의 프리미엄 병동은 1,155㎡(약 350평)가 넘는 규모로 욕실과 조리실까지 갖춘 VVIP 병실 1곳과 특실 4곳이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도 샤워실과 TV, 오디오, 인터넷, 팩스 등을 갖춘 공간을 마련했다. 서울성모병원에서는 하루 숙박비가 490만원(90평 규모)이 된다.
최첨단 기기를 이용한 검진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있다. 영상진단기기 발전으로 진단은 정확해졌지만 동시에 방사선 노출 위험도 비례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첨단 CT는 일반 가슴 X선에 비해 방사선 노출량이 50~100배나 높다. 따라서 필요한 검진만 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재원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장은 "위장 뒤에 있는 췌장의 종양처럼 첨단 CT가 아니면 발견하기 어려운 암이 있다"며 "방사선 노출량도 기준에 맞춰 조절하므로 조기 진단을 해 얻는 이득을 방사선으로 인한 위험에 비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