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콜롬비아 반군에게 납치돼 정글에서 생활했던 아들은 헬리콥터를 타고 플로렌시아 공항에 내리자마자 아버지를 와락 껴안았다. 무려 12년 3개월 만에 이뤄진 감격적인 부자상봉이었다. "문명사회에 다시 돌아오게 된 게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AFP통신 등 외신은 31일 콜롬비아 좌익게릴라 조직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인질로 억류돼있다 30일 풀려난 파블로 에밀리오 몬카요(31) 병장이 이날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몬카요 병장은 19살이던 지난 1997년 12월 21일 정부군으로 복무하다 산악지대 기지에서 반군에 피랍됐다. 아들의 석방을 위한 아버지 구스타보 몬카요의 분투는 눈물겨웠다. 고등학교 교사인 그는 2007년 반군이 포로들을 묶을 때 쓰는 것과 같은 사슬을 목과 손목에 두른 채 1개월 여에 걸쳐 전국 1,200km를 도보로 행진, 부당한 억류에 항의하며 아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초췌한 얼굴의 몬카요 병장은 아버지의 손목에 감긴 쇠사슬을 직접 풀어줬고, 아버지는 감격스러워하면서도 초췌해진 아들의 얼굴을 안쓰럽게 응시했다. 어머니 마리아 스테야 카브레라씨는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놓고 왔다"고 말했다.
몬카요 병장의 석방협상을 벌여 온 피에다드 코르도바 상원의원은 "아직도 20여 명의 인질이 억류돼 있으며, 반군은 정부 교도소에 수감된 동료 게릴라들과의 맞교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콜롬비아는 다른 남미 국가와 마찬가지로 좌ㆍ우익 이념대립으로 1960년대부터 내전을 벌여왔다. FARC는 1966년 빈부격차, 가난 등에 반기를 들고 정부 타도를 목표로 1966년 조직된 대표적 게릴라 단체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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