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연내 지식재산기본법 제정을 목표로 최근 범정부 차원에서 국가 지식재산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할 지식재산정책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이 협의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설립하여 부처를 초월하는 지식재산 정책의 기본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법제도를 정비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적 창작물 지나친 보호 우려
상품무역에서 어렵게 벌어들인 외화의 상당 부분을 외국의 지적재산 사용에 대한 로열티로 지출함으로써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우리의 기술력과 문화상품의 경쟁력이 상당부분 확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즈음에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특허청 등 정부부처에 흩어져 있는 업무를 한군데서 통합, 조정하여 정책의 혼선을 막으려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냥 찬사만 보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어떤 부서가 만들어지면 이른바 부서의 논리, 심하게 말하자면 부서 이기주의가 작동하게 되는 것은 경험상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지나치면 미치지 않음만 못한 것인데,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의 설립으로 인하여 지적 창작물에 대한 보호 일변도 정책이 나올까 우려된다.
공자는 논어에서 거대한 산을 만드는 데 들어간 '한 삼태기의 흙'으로 학문 세계에 대한 자신의 기여분을 겸손하게 표현하였다. 한 삼태기의 흙을 쏟아 부었다 하여 전체 산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자는 자신의 역할을 지식의 창조자가 아닌 전달자로 자리매김하였다.
본래 재산권은 배타적인 권리로서 타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속성이 있다. 그렇기에 미국 독립선언문을 만들 때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조차 자유(liberty)와 생명(life)을 양보할 수 없는 권리로 넣으면서도 재산은 행복추구권 속에 포함시켜 명시적 표현을 피하였다고 한다.
이와 같은 정신은 지적 창작물을 재산권화하는 특허법, 저작권법 등 지적재산권법에 그대로 구현되어 있다. 즉 이들 법은 발명자, 창작자의 권리만을 보호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들의 정당한 이익과 편익도 도모하고 있다. 산업 발전과 문화의 향상 발전이 이들 법의 최종 목적인 것이지 무조건 발명자와 창작자만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지적 창작물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것은 마치 지나친 개발로 환경을 훼손하는 것에 비유되기도 한다. 경제를 위해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미래 자손이 쓸 자원을 미리 가져다 쓰는 것으로 논의되는 것처럼, 발명과 창작물을 지나치게 두텁게 보호하면 미래 창작자들이 사용할 원재료를 고갈시켜버리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 점에서 정부가 표준화하려고 애쓰는 '지식재산'이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는 마치 지식(Knowledge)이 사유의 대상인 것으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 중에는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야 특허권 또는 저작권으로 보호될 수 있을 뿐인데 지식재산이라고 하면 그 지식을 보유하지 않은 일반 공중 입장에서는 그에 대한 사용과 접근이 배제되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지식기반 경제, 지식사회라는 용어와 달리 지식재산은 배타적 재산권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용어 사용이 아니다.
'지식재산' 용어도 부적절
나아가 이미 학계에서는 지식재산권이라는 말 대신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이라는 용어가 통용되고 있는데 정부가 전문용어를 법으로써 표준화할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지적재산권 문제를 산업과 정책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식재산'이라는 용어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지나친 보호일변도의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함으로써 균형을 잃을 것이 우려된다.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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