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참사가 발생한지 7일째이지만 구조작업은 힘들기만 하다. 구조 잠수요원이 안타깝게 순직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망치로 함미와 함수를 두드렸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고 온 국민이 희망을 건 생존 한계시간도 지났다. 우리 해군은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맞서 서해 북방한계선( NLL)과 영해를 사수해왔다. 이번 참사도 NLL을 지키는 경비 작전 중에 발생했다.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 갇혀있을 실종자들과 순직자의 애국심과 희생정신에 선배장교로서 머리 숙여 존경을 표한다.
참사 원인을 한시바삐 규명하라는 국민적 요구는 거센데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온갖 음모설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을 토대로 참사 원인을 분석하면, 우리 측의 요인과 외부 개입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 측의 요인은 3가지, 즉 폭발, 호깅 현상과 암초 충돌 가능성이 있다. 먼저, 함 자체의 폭발이다. 함정에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고, 인화성 물질에 닿으면 연쇄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선령이 오래되어 피로도가 누적된 상태에서 호깅(Hogging)현상으로 절단될 수 있다. 선체의 예상 수명이 있지만, 험한 해상 조건에서 무리한 작전에 투입이 잦다 보면 미세한 균열이 장기간 누적될 수 있다. 선체 피로도가 급격하게 증가하면, 선체가 파도에 의해 들어 올려지거나 내려질 때 용접 부위가 순간적으로 부러질 수 있다. 이때 절단된 단면은 칼로 자른 듯 깨끗하다.
셋째, 암초 충돌 가능성이다. 당시 천안함의 위치는 섬과 너무 근접해 암초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선체가 암초에 얹히기 때문에 쉽게 침몰될 수 없고, 함미 부분이 먼저 쪼개질 수도 없다.
북한의 개입 가능성은 2가지, 어뢰와 기뢰 부설이다. 먼저, 잠수정을 이용한 어뢰 공격이다. 북한은 대청해전 패배를 설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우리 함정이 섬에 근접해 작전하는 패턴을 파악한 후 (반)잠수정이 섬 근처에 숨어 기다리다가 함미 쪽으로 어뢰를 발사할 수 있다. 함미 쪽으로 어뢰가 접근하면 청음으로 스크류 소음을 식별하기 어렵다.
둘째, 한국전쟁 때 북한이 설치한 기뢰가 남아있을 수 있고, 1970년대 북한의 침투에 대비해 해안 가까이 설치한 폭뢰가 남아있을 수도 있다. 북한이 최근 기뢰 부설 훈련을 한 사실과 순간적으로 선체가 쪼개질 정도의 파괴력을 고려하면, 기뢰 공격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기뢰 폭발이라면 높은 물기둥이 솟아오르고 기름유출과 부유물이 발견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의문이다.
온 국민의 관심과 우려가 집중된 가운데 사건 수습을 위해 군과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숭고한 희생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무리도 있다. 평소에 그들은 험한 파도와 싸우는 장병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음모론으로 인해 우리가 분열되는 것은 적을 이롭게 하며, 희생자들을 욕보이는 행위다. 해저에서의 인양작업은 위험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인내가 필요한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것이다.
물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과학적인 진상규명을 해야 할 것이다. 군과 정부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 군과 정부도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히고, 진상을 분명히 규명해야만 국민의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김태준 전 국방대 교수(해군 초계함 함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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