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청에는 요즘 가방을 멘 할머니들이 자주 나타난다. 지하 1층에 생긴 특별한 공간 때문이다. 그 곳에는 50~80대 여성들 30~40명이 구청이 개설한 한글교실에서 글을 배우고 있다.
수강생은 당초 모집 인원(24명)을 초과한 42명. 모두 여성이다. 작은 글씨가 잘 보이지 않지만 못 배운 한이 깊어서인지 강의실 열기는 매우 뜨겁다.
한글교실은 구청 외에도 많다. 마포구에만 성인문해교육기관인 양원주부학교 등 7개 기관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가정 형편상 생업을 계속해야 하는 노인들은 전문기관의 문을 두드리기가 쉽지 않다.
구청 한글교실은 상대적으로 수업 부담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6개월 동안 1주일에 3번 2시간씩 수업을 들으면 된다. 일하다가 틈틈이 공부를 하기엔 안성맞춤이다. 한글교육뿐 아니라 은행 입ㆍ출금표, 영수증, 달력과 간판 읽기 등 생활 속 산수도 습득한다.
한글교실 수강생 이모(64)씨는 "큰 딸이 하는 공장 직원들의 끼니를 챙겨야 하기 때문에 공부에만 전념할 수 없었지만 글을 배워 책을 많이 읽고 싶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마포구 관내에만 문자를 해독할 수 없는 비문해자가 10% 가까이 된다"며 "일을 병행하는 노인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철원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