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의 월화 드라마 경쟁이 안개 속에서 치열하다. 22일 첫 방송한 MBC 사극 '동이'가 의외의 시청률 부진을 겪으면서 절대 강자가 없는 상태다. 30일 시청률은 KBS2 '부자의 탄생'이 15.9%, SBS '제중원' 13.9%, '동이'는 13.6%로 1위부터 3위까지의 차이가 2% 남짓에 불과했다.
'허준' '대장금' '이산' 등을 연출한 사극의 대가 이병훈 PD의 복귀작, 100억원대 제작비, 지진희 한효주 등 스타 캐스팅으로 방송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동이'가 시청률 10%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MBC 관계자는 "'허준'은 첫 회 시청률이 20.8%였지만 마지막 회 최고 시청률 64.2%를 기록했고, 대장금은 19.8%에서 58.3%로 꾸준히 올랐다"면서 "이병훈 PD의 작품은 처음엔 미지근하지만 한 번 끓기 시작하면 데일 정도로 뜨거운 가마솥 시청률을 보인다"며 밝게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주인공 설정과 이야기 전개가 진부해 시청률이 오르긴 힘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시청자는 "'허준'은 의학의 천재, '대장금'은 요리의 천재, '이산'은 그림의 천재가 주인공이었는데 이제는 음악의 천재냐"며 "'천재'라는 말만 들어도 지겹다는 반응이 대세"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시청자는 "초반에 승려나 도인들이 나타나서 주인공의 미래를 점쳐주는 이야기도 기존 작품들과 같은 설정"이라며 "이병훈 PD의 한계"라고 덧붙였다.
'부자의 탄생'은 '동이'의 부진으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드라마를 욕하면서도 "볼 게 없어 이 드라마를 본다"는 시청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동이'가 처음 전파를 탄 22일 시청률이 소폭 하락했다가 다시 오르고 있는 모양새도 이를 뒷받침한다.
'부자의 탄생'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야기 전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29, 30일 방송을 보면 중심 줄거리도 거의 모르겠고 정신만 없었다"거나 "우리 나라 상위 1%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너무 지루했다"는 불만이다.
총 16회 중 10회까지 방송하면서 중반을 갓 넘어섰지만 지루한 전개에 벌써 결말을 내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한 시청자는 "허망한 결말이 나올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서 "뭔가 대단한 패를 가진 것처럼 제작진들이 허세를 부리는 것은 시청자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중원'은 고정 시청자 덕에 시청률이 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15% 전후에 불과하다. 이렇듯 시청률이 좀체 오르지 않자 연출자 홍창욱 PD는 최근 시청자 게시판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서 추위에 고생한 결과가 배우들에게 돌아가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한 것 같아 가슴이 저리다"는 글을 올렸다.
'제중원'은 그래도 '폐인'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고 있어 추가 시청률 하락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청자들은 "반복되는 우여곡절에 피로감을 느낀다. 광고 2개 나가고 바로 시작하는 걸 보면 민망하다"면서도 "제작진 힘내라"고 격려했다. 한 시청자는 "최고 시청률에서 4%정도 떨어졌다"며 "시청률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하자"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혼전은 최소한 3주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자의 탄생'이 종영까지 3주, '제중원'이 5주를 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씨는 "'동이'가 돋보이는 연출로 시청자들의 불만을 해소하지 못하면 시청률이 큰 폭으로 상승하기는 어렵다"며 "그렇다고 다른 작품들이 월등한 것도 아니어서 시청률 경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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