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대기업들이 주주 배당금은 크게 늘린 반면,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금은 대폭 줄였다고 한다. 한 재계 전문 사이트가 대기업들의 2009 회계연도 결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매출 상위 100대 상장사(금융사 제외)의 배당금 총액은 7조2,409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9.0% 늘어났다. 하지만 불우이웃돕기 성금 등 사회 기부금 총액은 8,424억원으로 전년보다 21.1%나 급감했다.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도 2008년 4.6%에서 지난해 2.2%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특히 국내 매출 1위인 삼성전자의 지난해 배당금 총액은 1조1,119억원으로 전년 대비 51.2%나 증가했지만, 기부금은 28.3% 줄어든 995억원에 그쳤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1,826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기업들이 늘어난 이익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주 배당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 여건에서 배당을 늘리는 게 바람직한가는 별개 문제다. 우리 대기업들이 지난해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지만, 주주들에게 배당 잔치를 할 정도로 상황이 호전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실적의 상당 부분은 정부의 환율 방어와 법인세 감면 등 수출 대기업을 위한 정책적 지원 덕분이라고 봐야 한다.
더욱이 기업들이 번 돈을 투자하지 않고 내부에 쌓아두면서 청년 실업률이 10년 만에 두 자릿수로 치솟는 등 고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기업 이윤이 투자와 고용을 통해 가계로 흘러 들어가지 않아 서민들의 체감경기도 계속 나빠지는 실정이다. 기업 이윤을 배당 확대에 쓰기보다 설비 증설과 미래 성장동력 분야에 투자하는 게 우선이다.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에도 좀더 신경을 써야 한다. 기업의 일차적 목표는 이윤 추구이지만, 사회적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사회공헌 활동이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소비자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동반자적 인식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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