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바늘구멍 지나기 같은 취업난을 통과한 올해 일본 신입사원들은 유능하지만 타인과 대화가 별로 없고 좀처럼 자신을 내보이지 않다가 어느 순간 마음을 터놓는 'ETC형'으로 분류됐다. ETC는 'Eletric Toll Collection System'으로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전용기기를 탑재한 자동차가 다가올 경우 무선으로 정보를 파악해 자동으로 요금을 매겨 차단기를 열어주는 시스템이다.
일본 신입사원의 특징을 분석해 해마다 발표하는 일본생산성본부는 최근 올해 신입사원들을 'ETC형'으로 이름 붙인 뒤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IT)기기 활용에 익숙하고 이를 통한 정보교환에도 적극적"이라며 "시간활용도 효율적이고 일처리를 부드럽게 해나가는 능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ETC의 도입에 따라 "운전사와 요금징수원의 대화가 없어진 것처럼 효율성을 중시한 나머지 타인과 직접 소통이 부족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신입사원들은 "허물없이 마음을 열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성급하게 관계를 구축하려고 하면 차단기가 열리지 않기 때문에 상사나 선배는 너무 속도를 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해하려고 들면 일처리의 수완이나 IT를 활용하는 재주 등이 보이게 마련이어서 회사는 여유를 갖고 접해 오랫동안 활약할 수 있도록 잘 키워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생산성본부는 일본의 올해 취업 실정을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부 입사 내정 취소 등이 문제 되긴 했어도 대규모로 채용하는 기업이 많아 '수요 초과' 시장이었지만 올해는 금융위기 이후 기업이 불투명한 실적 등을 우려해 신중한 기업이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특히 졸업생들에 인기 있는 업종에서 신규 채용을 줄이는 기업이 많아 취업활동에 어려움을 겪은 학생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대학 졸업생 취직내정율은 2월 1일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3%포인트 줄어든 80.0%로 1999년 조사 시작 이후 2월 통계로는 최악을 기록했다. 이외에 단기여대 졸업생이 전년 대비 8.5%포인트 감소한 67.3% 등 전문대 졸업생의 취업률도 한결같이 줄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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