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달 18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CEO와의 대화' 자리.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고객과 회사의 이익이 상충할 때는 회사의 이익을 버리고 고객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형 유통사 임직원들로부터 '포스코에게선 알게 모르게 위압감이 느껴진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는 한 직원의 말을 전해 듣고서다.
# 포스코 마케팅 부서는 최근 '이동 사무실(Mobile Office)' 체제로 탈바꿈했다. 특히 내수 부서 직원들의 책상은 절반만 지급됐다. 현장에서 발로 뛰라는 취지다. 또 모든 직원들에겐 스마트폰이 지급됐다. 언제 어디서나 고객 요구에 원스톱으로 신속하게 책임 대응하는 현장밀착형 고객 서비스를 펼치라는 뜻에서다.
'울트라 갑(甲)'으로 불릴 만큼 공급자 중심의 마케팅을 펼쳐오던 포스코가 최근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정준양 회장 취임 이후 수요자 중심의 마케팅 체제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
내달 1일 창립 42주년을 맞는 포스코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마케팅 부문과 제철소 조직을 통합, 탄소강사업부문을 신설했다. 마케팅과 생산 간의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고객 대응력 및 시장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수요자 중심 마케팅 체제로의 변신을 본격화한 것이다.
포스코는 또 수요업체와 제품 개발단계에서부터 협력을 강화하는 고객맞춤활동(EVI)를 기존 자동차 분야뿐만 아니라 가전 분야에도 확대키로 했다. 대리점의 세일즈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대폭 강화했고 이를 위한 전담 직원도 배치했다.
조만간 클레임 처리 전담반도 신설할 방침이다. 고객의 편에 서서 보상처리 업무를 진행하는 동시에 고객의 품질 개선 요구를 회사 내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간 제품을 설계하는 부서에서 고객의 불만에 대응하다 보니 자율성도 떨어지고 고객보다는 회사의 입장을 먼저 고려한다는 자체 반성에서 나온 조치다.
포스코 안팎에선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이 소통과 신뢰를 강조하는 정 회장의 경영방침에서 비롯됐다는 이견이 없다. 정 회장이 포스코 내부뿐만 아니라 고객사와의 신뢰와 소통도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정 회장은 지난해 취임 후 첫 출근길에 울산과 거제로 내려가 최길선 현대중공업 사장과 배석용 삼성중공업 사장을 면담하고 생산현장을 함께 둘러봤다. "고객사의 요구를 파악해 고객의 가치를 극대화 시켜주는 게 결국 포스코가 성장하는 길"이라는 평소의 지론을 상징적으로 실천해보인 것이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시무식에서도 회사와 직원간의 신뢰, 패밀리사 상호간의 신뢰 등 내부를 향한 주문뿐만 아니라 고객과 시장의 신뢰도 거듭 강조했다. 지난 11일 운영회의에서도 정 회장은 "포스코 3.0 전략에 비춰 우리 마케팅 활동을 세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면서 "마케팅 1.0이 고객의 '머리'에 호소하는 것이라면 마케팅 2.0은 고객의 '가슴'에, 그리고 마케팅 3.0은 고객의 '혼'에 호소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포스코는 올해를 '포스코 3.0 시대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창업기와 성장기를 숨가쁘게 달려온 만큼 이제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리고 그 출발선에서 고객사와의 상생ㆍ협력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 정준양 회장의 주요 발언
"클레임 제로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고객에게 전화로 사정하거나 항의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된다" (1월 15일 운영회의)
"우리가 고객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는 만큼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고객들에게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2월 9일 운영회의)
"그간 우리가 고객만족이나 고객감동 마케팅을 해본 적이 있나. 마케팅 전략부터 고객만족을 위해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고객의 '혼'에 호소하는 진정성 있는 마케팅으로 고객과의 상생을 실현하자"" (2월 18일 CEO와의 대화)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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