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동창인 황성순(40)씨와 박세진씨는 둘다 일본 수입차를 운행하고 있다. 회사원인 황씨는 2008년 렉서스 IS250을 구입했고 사업을 하는 박씨는 지난해부터 인피니티 뉴 G37을 몰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 꼼꼼한 성격(황씨), 과감한 성격(박씨)에 맞는 차라며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둘이 만날 때면 한동안 서로의 차 성능을 자랑하느라 목소리가 커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어쩌다 상대방 차를 타 보면 내심 자신의 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부분이 있어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최근 박씨와 황씨는 '나도 다음에는 친구차로 바꿔 볼까?'하며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올 봄 수입차 시장에서는 흥미로운 대결이 벌어 질 것으로 보인다. 독일 프리미엄급에서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간 대결이 펼쳐진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벤츠 E시리즈와 다음달 선보일 전통의 강자 BMW 뉴5시리즈가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업체간 대결도 뜨겁다. 렉서스가 수성을 위해 안간힘을 펴고 있는 가운데 인피니티의 상승 기세가 무섭다.
특히 관심이 가는 부분은 수요가 꾸준한 4,000만 후반~6,000만원대 일본 수입차 간 의 대결. 이 가격대 수입차 시장은 장기적으로 부품공급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는 일본 수입차 업체들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렉서스 IS250, ES350이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 왔으나 인피니티가 뉴G37에 이어 신차 '올 뉴 인피니티 M'까지 내놓고 전방위적으로 도전하는 양상이다. IS250과 ES350은 꾸준한 인기를 모았으나 올해 들어 주춤하다. 2004년 이후 연식에 따라 부분적으로 변화를 주었지만 기본적으로 모델이 오래된 탓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구매 기회이기도 하다. 도요타가 재구매 고객에게 각각 100만원, 300만원의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기검사, 에어클리너와 엔진오일, 브레이크 패드 등에 대한 검사와 무상점검 기회를 11회에서 25회로 대폭 늘렸다. 다음달에도 이같은 판매조건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렉서스의 IS250은 최근 3년간 평균 1,000대 이상 팔린 차. 스포티한 디자인과 고성능, 안전성까지 두루 갖춘 차다. 2.5리터 V6 엔진은 직분사 시스템을 채용, 207마력을 자랑한다. 연비는 11.4㎞. 인공지능(AI) 변속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최적의 변속 패턴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성능을 발휘한다.
특히, 공기저항 계수를 최소화한 차체 곡선 처리가 돋보이는 차다. 여기에 차량 외부로부터의 소음과 차량 실내의 음향 특성 모두를 고려해 소음 흡수재와 차단재를 사용, 정숙성을 확보했다. 가격은 4,890만원.
ES350는 국내 수입차의 대표 주자. 2004년 출시돼 2006년까지 국내 수입차 연간 판매 1위를 차지한 모델이다. 이같은 명성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ES350은 전체 수입차종 중 판매 2위에 오르면 꾸준한 인기를 과시했다. 3.5리터 V6 엔진은 277 마력을 바탕으로 시속 100㎞까지 7초에 도달한다. 연비는 리터당 9.8㎞다. 고객의 눈높이가 높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한국 구매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모았던 것은 특유의 정숙성과 부드러운 승차감 때문이다.
타 본 사람들은 어떤 주행 환경에서도 운전자가 뒷좌석 승차자와 조용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안전 장치도 프리미엄급이다. 최신형 오디오 시스템에 10개 에어백이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여기에 운전석과 조수석에 무릎 등을 추가해 안정성을 높였다. 차량의 주행방향에 따라 헤드라이트를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기능 등의 최첨단 안전장치까지 갖췄다. 가격은 5,950만~6,750만원.
인피니티는 지난해 말 렉서스 IS250과 자주 비교되는 뉴 G37를 내놓았다. 또 ES350을 겨냥 M을 곧 내놓고 추월을 자신하고 있다. 인피니티의 스포츠세단 G시리즈는 최근 3년간 매년 평균 2,000대 가까이 팔린 인피니티의 대표 차종으로 손꼽힌다. 차 성능에 매료된 마니아 층도 두터운 편. 지난해 말에는 뉴G37이 등장했다. 강력한 파워를 선호하는 운전자라면 가격, 성능, 안전장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제격이라는 평가다.
뉴 G37세단에는 세계 10대 엔진에 최다 수상(14회 연속)을 기록한 3.7리터 VQ엔진을 장착됐다. 330마력을 자랑한다. 수동모드 전환이 가능한 7단 자동변속기와 조화를 이뤄 기동력 있는 운전이 가능하다. 연비도 리터당 9.5㎞나 된다. 힘에 걸 맞는 안전장치도 갖췄다. 차체 자세 제어장치(VDC) 및 전동식 제동력 분배(EBD), 4륜 잠김 방지 브레이크(ABS), 전자제어 제동력배분 시스템(EBD) 및 브레이크 어시스트(BA) 등 제동시스템이 탁월하다. 가격은 기존보다 100만원이 내려갔다. 4,890만~5,260만원.
격변의 주인공은 올 6월 선보일 올 뉴 인피니티 M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제네바 모터쇼에 공개되어 찬사를 받은 컨셉트 카 '에센스(Essence)'에서 디자括?추출했다. 인피니티의 최상위 모델인 만큼 내부 마감도 고급스럽다는 평가다. 3.7리터 V6 엔진을 탑재, 320마력의 힘을 낸다. 7단 자동변속기를 기본으로 장착했다. 인피니티는 M으로 렉서스의 ES350은 물론 BMW5시리즈, 벤츠E클래스와 경쟁하겠다며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가격은 6,000만원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5,000만원 후반대에 출시가 가능하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렉서스와 인피니티는 개성이 구별되는 브랜드"라면서도 "인피니티의 추격전으로 두 업체간 판매,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강희경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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