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수압과 거센 물살, 열악한 구조장비….
천안함 침몰 사고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는 해난구조대(SSU)와 해군특수전여단(UDT)의 잠수요원들은 그야말로 하루하루 사투(死鬪)를 치르고 있다. 30일 현재 구조현장에 투입된 인원은 SSU 98명과 UDT 30명 등 총 130명 정도.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생각하며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목숨을 내걸고 물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실제 이날 함수 부분에서 구조작업 중이던 UDT 대원 한모(53)준위는 높은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실신, 미 군함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다 끝내 숨졌다.
실종자 대부분이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함미의 현재 위치는 수심 45m. 이는 스킨스쿠버 한계 수심인 40m를 넘어서는 것으로 수압이 5.5기압에 달해 잠수병 발병 위험이 그만큼 커진다. 높은 수압으로 질소가 산소와 함께 혈액에 녹아 들면서 시각장애와 무의식 등 치명적 증상을 유발하는 질소마취와 산소중독 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깊은 곳을 잠수하기 위해서는 보통 공기보다 산소 비율을 높이거나 질소 대신 헬륨을 섞은 특수혼합가스를 사용해야 하지만 이들은 국방부의 장비지원 미흡 등으로 일반 압축공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수심이 40m이상인 지역에 내려가려면 심해장비를 착용해야 하지만 분초를 다투는 문제여서 (완벽한)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시속 5노트(9.7㎞) 속도의 거센 물살과 급속히 체온을 앗아가는 수온(3.9도)도 이들의 적이다. 자칫 잘못하다 이동선인 로프라도 놓칠 경우 빠른 조류에 휩쓸려 조난을 당할 수도 있다.
구조함인 광양함에는 수압차로 인한 대원들의 쇼크를 방지하고 몸을 정상 컨디션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9인용 ‘치료 챔버’1대가 구비돼 있지만 대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또 SSU를 지휘하고 있는 김진황 중령은 잠수를 마치고 물 밖으로 나온 대원들의 체온을 빨리 끌어올리기 위해 군의 체력훈련인 ‘PT(Physical Training)체조’까지 시키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고 다음날인 지난 27일부터 구조현장에서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동남 한국구조연합회장은 “수심 45m 아래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15분 가량”이라며 “이 중에서도 실질적으로 구조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 남짓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빨리 구하고 싶지만 구조 현장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조류 때와 관계없이 대원들이 목숨 걸고 구조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령도=이성기 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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