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입맛에 친숙한, 바다에 사는 연체동물의 일반적인 크기를 수학의 부등호로 나타내보면 '꼴뚜기<주꾸미> <낙지> <오징어> <문어' 순이 아닌가 싶다. 남쪽 마산 바다에는 오징어보다 작은 크기인데 날것을 초장에 찍어 회로 먹는 '호래기'가 나는데 그건 꼴뚜기의 다른 이름이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이들을 구분하는 법은 다리의 개수다. 오징어, 꼴뚜기는 다리가 10개인 십완목(十腕目)이고 문어, 낙지, 주꾸미는 8개인 팔완목(八腕目)이다. 이들 중 요즘 제철은 단연 주꾸미다.< p>문어'> 오징어> 낙지> 주꾸미>
주꾸미는 '자산어보'에 '준어(蹲魚)'로, 속명은 '죽금어'로 기록되어 있다. 그 죽금어가 주꾸미란 이름이 되었나 보다. 3~4월의 주꾸미는 산란기를 앞두고 알이 가득 차고 맛이 좋아 '봄 주꾸미'로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 살이 싱싱하면 회로 먹거나 살짝 데쳐서 먹고, 돼지고기와 함께 알싸하게 두루치기를 해먹어도 좋다. 몸통 가득 쌀밥 같은 알을 담고 있는 주꾸미는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구수한 찐 밥 같다. 둥근 몸통을 한 입에 넣어 꼭꼭 씹어보면 하얀 알과 검은 먹물의, 흑과 백의 오묘한 맛 또한 기가 막힌다. 내가 봄 주꾸미를 유난히 좋아하는 것을 아는 이가 있어 주꾸미가 왔다. 시외버스 편으로 보냈는데 아직 살아 꿈틀거린다. 주당 친구들에게 급히 '번개'를 쳤다. 그 친구들 오늘의 운수에 횡재수가 들어 있을 것이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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