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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의 조선 궁궐 나들이 한마디로 판타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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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의 조선 궁궐 나들이 한마디로 판타스틱"

입력
2010.03.3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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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짙게 내린 30일 오후8시 서울 창덕궁 돈화문 앞이 때아닌 인파로 북적였다. 가족과 손을 잡고 나온 주한외국외교사절들과 원어민교사, 여행사 관계자 등 130여 명이 단체로 창덕궁 밤마실을 나온 것.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재청이 함께 벌인 창덕궁 달빛기행 체험행사 참가자들이었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먼저 나서 인사한 뒤 참가자들의 기대를 돋웠다."달빛기행을 통해 조선시대 왕과 왕비, 양반들이 거닐었던 창덕궁에서 한국인의 신명 나는 에너지 '흥', 감성적인 에너지 '정', 자연스러운 에너지 '기'를 맘껏 체험하길 바랍니다."

진행요원의 안내에 따라 궁을 들어서면서 수런거림이 멎고, 마침 음2월 보름달이 드문 밤 손님들이 신기한 듯 궁궐 담장 위로 고개를 내민다. 길게 줄지어 걷던 일행들이 처음 모인 곳은 인정전. 창덕궁의 본전(本殿)으로 조정의 각종 의식과 외국 사신을 접견했던 곳이다. 화려한 조명을 받고 선 밤의 인정전은 낮과는 또 다른 위엄과 기품으로 참가자들을 맞이했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일행들의 손길마저 짐짓 경건해지는 듯했다.

인정전을 나온 일행들이 향한 곳은 후원. 인공의 조명이 잦아들수록 달빛은 점점 환하게 궁의 뜰을 비추었고, 짙게 우거진 숲길이라 밤의 정취도 더욱 짙어갔다. 아름다운 연못가 영화당 앞에서 달밤 기행객들은 잠시 휴식했다. 주최측이 마련한 차와 약과, 떡 등 간단한 다과를 들며 고궁의 고즈넉한 밤 풍경에 흠뻑 빠져들었다. "너무 환상적이에요. 정말 추억에 남는 여행입니다." "부산하고 소란스러운 이 메가시티의 한복판에서 이렇게 품격 높은 고요를 느낄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합니다." 외국인들의 감탄사는 끊이질 않았다.

연경당 앞에선 무형문화재인 안숙선 명창의 국악 공연이 20분 간 펼쳐졌다. 가락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 날 달빛기행은 고요한 숲길 산책으로 끝이 났다. 창덕궁 문을 나서는 이들의 얼굴은 달처럼 환해 보였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4, 5, 9, 10월에 또 진행될 예정이다. 그 때는 이날 행사의 모니터링 결과를 분석해 본격적인 관광상품으로 구성돼 판매된다.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고가의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게 관광공사의 전략이다. 인원은 150명 이내로 제한해 문화재 보호나 안전 문제에 대비할 계획이다.

안정열 창덕궁관리소장은 "궁궐을 살아 숨쉬게 하고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기획"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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