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29일 39명의 희생자를 낸 모스크바 지하철역 연쇄 자살폭탄테러와 관련 "테러집단을 색출해 말살시키겠다"며 철저한 응징을 다짐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당국이 테러 배후로 지목한 북 카프카스 지역 체첸 반군 등에 대한 보복 공격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날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를 방문한 푸틴 총리는 테러 소식을 접한 뒤 "러시아 안보 기관은 범죄자들을 색출, 처벌하는 데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며 "테러 배후를 완전 말살시켜 버리겠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또한 "배후를 찾아내 섬멸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당국은 테러 현장의 폐쇄회로(CC)TV 테이프를 입수, 테러범으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앞서 다른 두 명의 여성 및 한 명의 남성과 동행한 사실을 파악하고 이들을 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체첸 반군 등 북 카프카스 지역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을 테러 배후로 지목, 테러를 실행한 여성 두 명을 체첸 반군이 모집한 '블랙 위도우(검은 미망인)'로 보고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30일 알렉산더 보트니코프 FSB 국장의 말을 인용 "자살폭탄테러를 저지른 여성 두 명은 북 카프카스 주민과 연계된 인물들"이라고 보도했다.
'검은 미망인'은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하는 체첸 여성들로, 지난 1994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친 러시아의 공격으로 남편이나 자녀들을 잃고 반군에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 테러 전문가들은 여성 테러리스트들을 쓴 게 체첸 반군 지도자 다쿠 우마로프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고 미 CNN이 전했다. 우마로프는 지난달 "러시아 전역에 테러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우마로프가 배후라면 체첸 반군이 수월한 자금 조달을 위해 알 카에다와 비슷한 극렬 테러로 돌아서 이들과 연합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검은 미망인'은 지난 2002년 모스크바 두브로프카 극장에서 700여명을 인질로 잡은 사건으로 세계에 알려졌다. 이후 아동 186명을 포함, 344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4년 북오세티아 베슬란 학교 폭탄 테러 등 체첸 반군이 저지른 테러에 대부분 가담했다. 더 타임스는 "이들은 러시아에 대한 극도의 반감으로 순교를 마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보복을 다짐한 러시아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테러리스트들을 단죄하는데 러시아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오타와에 모인 주요 8개국(G8) 외무장관들도 일제히 "테러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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