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인터넷 정책을 주관하는 정부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정작 서울 광화문 청사 내에서는 무선 인터넷이 제대로 접속이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청사에만 들어서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의 무선 인터넷 접속 기능(와이파이)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방통위가 무선 인터넷 사각지대인 까닭은 관심 부족 탓이다. 방통위는 최근까지 청사 내에 와이파이 설비가 아예 없었다. 청사를 방문한 통신업체들이 관련 정책 마련에 필요한 시연 등을 할 수 없는 점을 호소하자 지난 주말에 뒤늦게 KT를 통해 4개 층에 걸쳐 30개의 와이파이 접속장치(AP)를 설치했다.
하지만 30일 현재 방통위 청사에서는 여전히 와이파이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유는 AP당 접속 인원이 5명으로 제한돼 있어서 이를 초과하면 접속할 수 없고, 인원이 늘어날수록 인터넷 이용 속도도 떨어진다.
현재 방통위 광화문 청사에 근무하는 직원은 약 500명. 30개의 AP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방마다 AP가 달려있는 상임위원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화장실 순서 기다리듯 와이파이 접속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더욱 한심한 것은 방통위는 이런 사실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와이파이 접속이 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방통위 관계자는 "잘 모르겠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통위 고위 관계자도"이유는 모르지만 스마트폰으로 무선 인터넷에 접속하면 느리고 답답하다"며 "차라리 컴퓨터만 못하다"고 애꿎은 스마트폰만 타박했다.
정작 궁금증을 풀어준 것은 KT였다. KT 관계자는 "AP마다 접속 인원이 제한돼 있다"며 "사용처에서 요청하면 접속 인원을 늘려줄 수 있으나 방통위에서 요청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방통위의 와이파이는 구색 갖추기용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했다. 아무도 와이파이 접속이 되지 않는 점을 궁금해 하지도 않고 해결하려는 의지도 안보였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이날 무선 인터넷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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