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작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자회사인 광주은행을 '시민주주' 방식으로 분리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금호아시아나그룹 워크아웃 이후 '호남기업 부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시민주(株)'방식에 의한 광주은행 매각 방안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지에서 최대 이슈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광주은행 문제를 가장 강력하게 거론하는 쪽은 이번 광주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국민참여당 이병완 후보. 그는 참여정부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실제로 이 방안을 추진한 적이 있어, 이번에 반드시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29일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금융 계열사인 광주은행을 광주시민 주주 은행으로 인수해 광주시민의 품으로 되찾아오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방안은 ▦정부와 금융당국에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광주은행을 분리 매각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한편 ▦'광주은행 되찾기 추진본부'를 구성해 광주시민 10만명, 전남도민 5만명 등 시민주주 15만명, 전략적 투자자, 지역기업 등의 투자로 2,500억원 가량을 마련해 광주은행 지분 51%를 인수하겠다는 것.
이 후보는 "부산ㆍ대구ㆍ전북 등 민간 소유 지역은행들과의 균형을 위해서도 광주은행을 광주 경제계에 분리 매각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광주은행을 분리 매각하면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 고용안정과 일자리 창출, 지역 투자 활성화와 서민 금융 안정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우리금융 민영화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은행 분리 매각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 정도로 지역민들의 의지도 강하다. 참여정부 때인 2005~2006년에도 지역 경제인을 중심으로 인수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지역화를 추진했으나 '애초 부실의 원인이 됐던 대주주 전횡 방지나 부실화시 추가자본 마련이 어렵다' 등의 이유로 당시 금융당국에 의해 거부됐었다. 다만, 최근 금호그룹 워크아웃 사태 등 호남 지역 대표기업들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지역민의 정서를 고려한 정치적 판단도 이번 민영화 과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 우리금융의 조기 민영화를 위해선 몸집 자체를 줄여야 하고, 그러려면 소속 지방은행인 광주ㆍ경남은행을 먼저 분리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부 내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경남은행의 경우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인수의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광주은행은 마땅한 인수후보가 없는 상태다. 때문에 과거 주요 공기업들을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했듯이, 광주은행도 '시민주'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은 충분히 검토 가능한 대안이란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광주은행의 탄탄한 영업력이나 전북은행보다 큰 규모를 감안하면 생존 경쟁력은 있다"며 "인력 구조조정 측면에서 다른 대형은행에 합병되는 것보다 시민 주주나 지역 기업이 인수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민 주주단에 지역 기업들이 포함될 경우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나 주주와의 거래관계 상충 같은 현실적 장애물이 있다"면서 "우리금융 매각방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