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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공기인형' 고독한 현대인, 그들에게 보내는 서글픈 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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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공기인형' 고독한 현대인, 그들에게 보내는 서글픈 만가

입력
2010.03.2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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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처절한 고독이 또 있을까. 누군가 곁에 있어도 여전히 그 누군가가 그리운 건 인간의 숙명인가. 끈적한 유대대신 쾌적한 단절을 택한 현대 도시인의 고독은 어쩔 수 없는 업보인가. 일본영화 '공기 인형'은 고독에 대한 영화이고, 사랑에 대한 탁월한 변주이며 종국엔 홀로 살아야 하는 현대인에 대한 서글픈 만가다. 저린 마음 한 구석으로 찬 바람이 휑하니 불지만, 아름다운 영화다.

역설적이게도 1,300만명이 둥지를 튼 도쿄가 배경이다. 회색 도시의 사람들은 따로, 동시에 외롭다. 성욕 해소를 위해 구입한 '공기 인형'에게 경쾌한 목소리로 "다녀왔습니다"를 외치는 사내도, "DVD나 비디오는 대용품일 뿐이고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고 호기롭게 외치는 중년남성도, 삶에 달관한 나이에 이른 듯한 백발의 신사도 외롭고 외롭다. 그래서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지독하게도 쓸쓸하다.

영화는 판타지다. 주인(그는 자신의 '독특한 소유물'을 사랑한다고 생각한다)으로부터 노조미라 불리는 공기 인형(배두나)은 어느 날 문득 생명을 얻는다. 어린 아이처럼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행동을 따르며 세상을 배우고, 한 청년을 보는 순간 '마음'이 생긴다. 마음이 생기면서 그는 진정한 생명을 얻는다. 자신의 속이 텅 비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궁극의 의문도 생긴다. 자신이 5,980엔짜리, 세일하는 구형 모델에 불과하다는 슬픈 현실에 절망하기도 한다.

영화는 노조미의, 인형인 점을 빼고 딱히 특별하다 할 수 없는 인생 여정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변주하고 반추한다. 처참하게 외로우면서도 그 누구에게도 그 외로움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 누구를 대신할 수 없는" 사람에게도 결국 이기적으로 다가설 수 밖에 없는 사랑의 아이러니를 전한다. 각자 용감한 혼자이지만 결국 홀로 눈물짓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처연하다.

오랜 우화를 대신한 듯한 이 영화의 주제는 백발의 노인이 읊조리는 대사에 스며있다. "요새는 다들 (가슴이) 텅 비어있어. 특히 이런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생명은 자기 혼자만으로 완결 될 수 없게 만들어졌다… 생명은 그 안에 결여를 가지고 있다…"

무표정한 인형의 표정으로 시작해 천변만화의 감정까지 껴안는 배두나의 연기가 탁월하다. 데뷔작 '환상의 빛'(1995)과 2004년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아무도 모른다'로 이미 뼈에 사무치는 고독을 표현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의 간판 감독임을 증명해낸다.

중년의 이 거장은 "인간이 지닌 수 많은 감정의 폭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공기인형이 삶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겪는 모습을 그렸기에 단순히 슬픈 영화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단순히 슬프기보다 입체적이고 복합적으로 가슴을 치는 영화다. 그래서 얄밉도록 마음이 끌린다.

지난해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진출작이다. 히로카즈에 호감이 생겼다면 '원더풀 라이프'(1998)와 '걸어도 걸어도'(2008)도 찾아보시길. 4월 8일 개봉.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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