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현대車 실적 놓고 '논공행상' 대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현대車 실적 놓고 '논공행상' 대결

입력
2010.03.29 23:02
0 0

#1. 17일 독일 뮌헨의 BMW 본사의 연례 기자회견장. BMW 노버트 라이트호퍼 회장과 임원들의 표정에는 '살아 남았다'는 안도감이 역력했다. 100년만의 세계자동차 산업의 불황이라는 지난해, 판매 대수(143만대->128만대)는 줄었지만 4억1,000유로(약 6,300억원)의 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라이트호퍼 회장은 이익을 낸 원인 중 하나로 경쟁사인 벤츠와 부품을 공동으로 구매하는 등 16% 가량의 경상비 감소를 꼽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경제불황이 예상되자 1,000여명의 인력을 구조조정 했다. 그는 "지난해 흑자를 낸 만큼 올해는 300명 가량을 신규 채용할 것"이라며 "고통을 함께 한 직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2. 최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자동차 업체에게 당기순이익 비율만큼 정규직 신규 채용을 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사용자 측에게 발송했다. 이를 받아 든 사측은 즉각 반발했다. 지나치게 노조측 입장만 생각한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것이다. 한 자동차 회사 관계자는 "적자시 인원감축에 노조가 동의하겠다는 내용은 없다"며 "대결이 불가피한 요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거둔 현대ㆍ기아차의 호실적을 놓고 금속노조와 회사측이 논공행상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임단협을 앞둔 금속노조가 당기순이익 비율증가에 따른 정규직 신규 고용과 성과 공유제 시행을 요구한 것. 특히, 금속노조는 이같은 주장을 하며 현대ㆍ기아차를 직접 언급, 투쟁 대상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노사간 논공행상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며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지난해 현대차가 2조9,615억원, 기아차가 1조4,503억원의 당기순익을 본만큼 이에 걸맞게 고용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의 순이익은 앞선 3년 평균치의 두 배, 기아차의 경우 무려 26배에 달하므로 그 비율을 고려, 정규직 생산직을 신규 채용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순이익의 1%을 사측으로부터 받아, 노사 동수로 구성된 위원회가 이를 부품협력사 발전을 위해 사용하자는 성과공유제도 임단협 요구안에 포함됐다. 또 쌍용차 사태에서 보듯이 외국 투기 자본을 금속노조에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ㆍ기아차는 한마디로 현실성이 없는 요구라며 금속노조의 주장을 일축했다. 수익성 비율에 따른 정규직 신규고용을 하려면 적자시 노조가 인원감축에 함의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업손실을 보더라도 주가상승 등으로 이익이 날 수 있는 당기순익을 기준으로 하는 것도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또 이미 부품협력사에 대해 기술 육성, 정보공유시스템, 구매대금 조기지원제도(지난 설 연휴의 경우 1조7,000억원 규모) 등을 운영하고 있다며 맞받아 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특히 협력사 지원을 명분으로 수익의 1%를 받아 노사 동수의 위원회에서 운영하겠다는 것은 순수성이 의심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대결 양상은 불황을 맞아 구조조정을 하고 흑자를 낸 뒤 고용을 늘리려는 BMW와 대조를 이룬다. 물론 사회보장체계가 다른 독일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적어도 신뢰와 미래 생존 전략에 대해 우리 업계는 노사간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금속노조와 현대ㆍ기아차가 지난해 이룬 성과 배분에 집착,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자동차 빅3의 몰락과 도요타의 대량 리콜 사태 등 예측하기 힘든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상황을 무시한 채 지난해 성공에 집착한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지난 1,2년간 구조조정과 감산으로 생산효율성을 높인 포드, 혼다, 닛산, 푸조시트로앵(PSA) 등이 벌써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고 친환경차량 등 신규 투자 요소도 많은 상황"이라며"노조와 현대ㆍ기아차가 대결로만 치닫는다면 지난해 성과는 환율과 신차 주기에 의한 반짝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