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3일째인 29일 해군의 구조 작업과 구조 장비, 그리고 경찰의 무분별한 정보 활동으로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가족들의 분노가 터진 것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오전에 함미(艦尾)가 발견되면서 생존자 구조에 일말의 희망을 걸었던 가족들은 오후가 되도록 구조 작업에 진전이 없자 "해군이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며 강력 항의하고 나섰다.
임시 숙소에 머물고 있던 가족 270명은 숙소에서 2, 3㎞떨어진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 본부 건물로 이동, "구조 작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김동식(소장) 사령관과의 대화를 요구했다. 가족들은 특히 "미군의 3, 000톤급 구조함 살보함이 오늘 즉시 투입되기로 돼 있었는데 여전히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다"며 "군이 밝힌 데드라인이 다가 오는데 왜 손을 놓고 있느냐"며 강력 항의했다.
해군의 구조 장비와 인사 체계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최종한 중사의 형은 "40m 전방을 밝힐 수 있는 심해용 구조 조명도 없어 현재 구조 활동은 개인 랜턴을 들고 가서 비추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3면이 바다인 한국에서 손으로 더듬어 찾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박경수 중사의 어머니는 "2002년 연평해전 당시 아들이 참전을 했고 다리를 다쳤다"며 "그런데도 3년 후 다시 천안함에 배치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의 무분별한 정보 활동도 가족들을 자극했다. 2함대는 이날 오전 사령부 부대원 100여명을 동원해 부대 정문 근처 잔디 연병장에 군용 검은색 천막을 설치했는데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인 와중에 군이 빈소를 차려 놓았다"고 천막을 모두 부쉈다. 바로 이때 사복을 입고 가족대표단과 늘 함께 움직였던 3명이 모여 휴대폰으로 무엇인가를 보고하는 광경이 목격됐다. 가족들이 휴대폰을 빼앗아 확인한 결과, 이들은 평택경찰서 정보과 소속 경찰관들이었다. 이들은 며칠째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가족대표단 관계자는 "이들은 사흘 내내 사복을 입은 채 우리와 함께 행동해 실종자 가족들인 것으로만 알았다"며 "자신을 떳떳하게 밝히면 되지 왜 가족들의 가슴을 후벼 파느냐. 이제는 군도 경찰도 모두 못 믿겠다"고 말했다.
평택= 강주형기자 cubie@hk.co.kr
김창훈기자 c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