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년 페루 문화의 진수를 보여줬던 '태양의 아들, 잉카'전이 28일 막을 내렸다.
기원전 1만 2,000년 무렵부터 기원후 16세기까지, 페루 남단 티아우아나코부터 북부의 바탄 그란데까지. 안데스 고대 문명과 잉카 제국의 다양한 유물들이 지구를 반 바퀴 돌아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황금 장신구, 태피스트리, 토기, 목조품, 미라 등 페루 전역의 10개 국립 및 사설 박물관에서 출품한 351점의 유물이 지난 겨울 한국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린 시절 동화책 속의 '황금 제국' 이야기로만 접했던 잉카 문명을 직접 눈으로 보려는 열기는 뜨거웠다. 96일의 전시기간 동안 모두 20만 5,208명의 관람객이 잉카전을 다녀갔다. 고대 문명을 테마로 한 전시로는 유례없는 기록이다. 특히 어린이와 함께 전시장을 찾은 가족 관람객이 많았다. 놀이와 교육이 어우러지는 정겨운 모습을 전시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한국일보사와 국립중앙박물관이 공동 주최한 '태양의 아들, 잉카'전은 1963년 한국ㆍ페루 수교 이후 최대의 문화교류 행사였다. 페루 정부는 이번 전시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나스카 문명(BC 100년경~AD 400년경) 유적에서 발굴된 미라, 차리비야 문명(AD 900년경~1,440년)의 성인 미라 등은 페루 국외에서 전시된 적이 매우 드문 귀한 문화재였다.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탈리아나 일본에서 진행된 잉카전에도 이렇게 다양하고 중요한 유물이 전시된 적은 없었다"며 "이번 전시와 같은 특별전은 한동안 다시 만나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 관장은 "마르셀라 로페즈 브라보 주한 페루 대사도 '페루에서 못 보던 유물도 있다'며 놀라워했다"고 덧붙였다.
1987년 알바 월터 박사가 이끄는 고고학 연구단이 발견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시판 왕'의 황금 유물 41점, '사라진 도시' 마추픽추 출토 유물 등은 모두 최초로 한국에 소개된 것이었다.
또 잉카 제국(AD 1,438~1,533년)에 국한됐던 기존의 잉카 관련 전시와 달리, '태양의 아들, 잉카'전은 페루 전역의 고대 문명을 개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차빈, 모체, 나스카, 와리 등 안데스 산맥을 따라 꽃을 피웠던 다양한 문화의 흐름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최 관장은 "우리에게서 무척 멀리 있는 문명을 느낄 수 있는 정말 드물고 훌륭한 기회였다"며 "신종플루 사태만 아니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페루 문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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