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관광명소 창출을 목표로 야심 차게 추진한 세종문화회관 옥상 전망카페와 투명 엘리베이터 설치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시의회가 반대하고, 세종문화회관 설계자의 비판적 시각에 전시행정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계획이 전면 보류된 것이다.
29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동쪽 옥상에 1,000㎡ 규모의 전망카페를 조성키로 하고 올해 초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시민들이 전망카페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인근 세종로공원에 옥상 카페까지 올라가는 높이 35m의 투명 엘리베이터도 설치할 계획이었다.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고 광화문 주변을 관람한 뒤 '하늘길'로 불리는 길이 23m의 다리를 통해 옥상카페로 가는 새로운 관광 명소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시는 카페와 엘리베이터 설치 이유에 대해 "광화문광장 주변에 새로운 랜드마크와 휴식공간을 만들어 도심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고, 민간위탁을 통한 수익창출로 세종문화회관 수지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재산심의와 투자심의를 통과하고 디자인 현상공모까지 마쳐 64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1월 착공해 6월 준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의회가 지난해 말 재산심의를 부결하면서 카페와 엘리베이터 설치 계획은 전면 보류됐다. 시의회는 "당장 시급한 사항도 아닐뿐더러 미관을 해치는 등 주변 풍경과 전혀 안 어울린다"며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세종문화회관이 역사적으로 상징성이 큰 건물이라 개ㆍ보수할 때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곁들였다.
1978년 세종문화회관을 설계했던 엄덕문(92)씨도 서울시 계획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시는 엘리베이터 설치 등에 관해 엄씨로부터 구두 동의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엄씨는 설계변경을 전혀 반기지 않았다. 특히 엘리베이터 설치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엄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돌로 구성된 건축물과 투명 엘리베이터는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다"며 "특히 세종로광장이 너무 작아 엘리베이터로 연결되면 흉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관광자원 육성 차원이라고 하지만 외국인들도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 같다"며 "이런 발상을 하는 것 자체가 센스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는 당초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현 시의원들은 전반적으로 설계변경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며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의회가 구성되면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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