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칸국제영화제(5월 12~23일)가 지난 26일 러셀 크로 주연의 '로빈 후드'를 올해 개막작으로 발표하며 본격적인 행사 체제에 들어갔다. 충무로도 칸의 열기 속으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다.
영화인들의 시선은 아무래도 4월 25일 발표 예정인 경쟁부문에 쏠린다. 한국영화는 지난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이래 2003년, 2006년, 2008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경쟁부문 진출작을 배출해 왔다.
칸을 노리는 영화는 10편 내외다. 영화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작품은 이창동 감독의 '시'다. 2007년 '밀양'으로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이 감독의 지명도에 기대는 영화인들이 적지 않다. 프랑스어를 구사할 수 있는 윤정희라는 배우의 프리미엄도 기대하고 있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도 만만치 않은 다크호스다. 고 김기영(1919~1998) 감독의 1960년 동명영화를 새롭게 만든 이 영화도 호재는 여럿 있다. 월드스타 전도연이 출연하는데다 프랑스 영화계가 임 감독에게 호의적이다. 원조 '하녀'가 2008년 칸영화제 클래식부문에서 상영돼 좋은 반응을 이끈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단, 임 감독의 영화가 칸영화제에 진출한 적이 없다는 게 약점이다.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 올리기'도 주요 후보다. 한지를 소재로 한 이 한국적 영화는 임 감독 이름 석자만으로도 경쟁력을 갖는다. 계속 늦춰지고 있는 크랭크업이 최대의 걸림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국(장준환)과 태국(위싯 사사나티엔), 일본(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만드는 옴니버스 영화 '카멜리아'도 입에 오른다.
칸영화제가 가시권에 들어서면서 일명 '칸 마케팅'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와 '하녀'는 개봉일자를 칸영화제 기간으로 잡고, 칸 효과를 최대한 끌어내려 하고 있다. '밀양'과 지난해 '박쥐'가 취했던 마케팅 전략과 흡사하다. '시'의 한 관계자는 "경쟁부문에 진출 못하면 (흥행은) 끝장"이라고 말한다. 칸을 향한 열기가 과도한 경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영화 팬들의 열망과 달리 2편 이상의 경쟁부문 진출은 힘들 거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영화는 2004년('올드보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과 2007년('밀양' '숨') 단 두 차례 동반 진출했다. 한 영화인은 "최근 충무로엔 '너도 가는데 내가 왜 못 가느냐'는 식으로 칸을 우습게 보는 경향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전략적 접근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칸의 영향력이 참 대단하기도 하지만 그에 기대려는 흥행심리가 위태롭기도 하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