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 SK와 한화의 마지막 시범경기가 한창인 가운데 경기장 인근의 '미니 야구장'에 삼삼오오 어린이들이 모여들었다. 고사리 같은 손에 글러브를 끼고, 야구공을 쥔 아이들은 편을 가르더니 본격적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심판도 따로 없었지만 제법 정확한 룰을 적용하며 공정하게 경기를 진행했다. 경기를 하지 않는 어린이들은 1, 3루 라인 근처에서 함께 나온 부모와 캐치볼이나 배팅을 하며 땀을 흘렸다. "잘 좀 던져줘!"아버지가 던져주는 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한 어린이가 방망이를 내동댕이치며 짜증 섞인 고함을 지르자 웃음바다가 됐다.
30, 40대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어린 시절 동네 공터에서 야구를 했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낡은 글러브 몇 개와 야구공 하나만 있으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쳐 나와 야구 경기에 흠뻑 빠졌던 그 시절. 그 모습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장소는 SK가 올해 야심차게 조성한 '새싹야구장'의 풍경이다.
문학구장 스카이박스 출입구 정면에 위치한 지상주차장을 개조해 만든 새싹야구장은 우측 48m, 좌측 51m, 중앙 58m의 규격으로 인조잔디 1개면으로 구성됐다. SK는 이 곳을 구단에서 운영 중인'SK 유소년 야구클럽'과 '행복나눔 야구교실', 홈경기 베이스볼 클리닉, 어린이 및 여성 야구 교실에 활용할 뿐 아니라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어린이들에게 문을 열었다.
야구를 하고 싶어도 마땅한 공간이 없던 아이들에게는 '낙원'이나 다름없다. 쌀쌀한 날씨에 강한 바람까지 불었던 이날도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 사회인 야구인들까지 발디딜 틈이 없었다. 여학생도 눈에 띄었다. 5학년 남동생과 함께 야구를 하러 왔다는 부천 남초등학교 6학년 정유진(13)양은 "야구를 하기에 너무 좋다.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이 곳에 오면 좋겠다"는 바램을 나타냈다.
이 곳에서 진행되는 SK의 유소년 야구클럽은 8개 구단 최초의 체계적인 야구클럽이다. 아이와 함께 새싹야구장을 찾아 오후 수업을 기다리던 김미숙(인천 남동구)씨는 "인천에 야구부가 있는 초등학교가 8개밖에 없다.
야구할 수 있는 곳으로 전학시켜달라고 성화를 부리던 아이를 데리고 이곳에 오니 너무 좋아하더라"며 "SK가 최고 성적을 내는 구단이고,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 중인 야구 만화 때문에 어린이들 사이에서 80년대 야구 인기가 되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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