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침목 하나에 쿠리(coolie) 한 목숨, 1860년대 북미 대륙 횡단철도 건설 과정에서 침목 하나를 놓을 때 마다 중국인 노동자, 즉 쿠리 한 명이 죽어나갔다는 의미다. 당시 시에라 네바다 산맥과 로키 산맥을 뚫는 것은 어렵고도 험난한 일이어서 현지인들이 외면하자 유니온 퍼시픽과 센트럴 퍼시픽 양대 철도회사는 수만 명의 쿠리를 동원했다.
굴욕의 역사 딛고 선 중국
이들이 게으름을 피우거나 현장을 이탈하면 채찍을 휘두르는 즉각적인 처벌을 가했다. 여차하면 목숨까지 빼앗았다. 이 과정에서 침목 하나에 쿠리 한 목숨이라는 섬뜩하고도 자조적인 말까지 나왔던 것이다. 공사 과정에서 수천 명이 피를 흘린 대가로 훗날 미국 정부로부터 샌프란시스코 한 켠에 차이나 타운이라는 제한된 자치구역을 넘겨 받았다. 중국인으로서는 떠올리기 싫은 이 비극의 역사는 성룡이 주연한 영화 <상하이 눈> 등에서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상하이>
중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참여한 이 철도공사 과정은 훗날 유명한 경영학 이론의 유명 사례가 된다. 인사조직관리 이론에 자주 등장하는 X, Y, Z 이론이다.
X, Y 이론은 1960년 MIT 경영학 교수인 맥그리거가 내놓았다. X 이론이란 한마디로 물리적인 체벌이나 징계, 해고 등 다양한 처벌조항을 가지고 조직 구성원을 관리하는 이론으로 미 대륙 횡단철도 건설 당시의 쿠리 관리가 곧잘 회자된다. 이와는 대조적인 Y 이론은 인간존중 경영에 뿌리를 둔 것으로 개개인의 재능을 살펴주고 적합한 자리에 배치하며 노력에 대해 충분히 보상해 주는 경영이론이다. 그러나 X, Y 이론은 서로 배타적이라 양립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UCLA 의 일본계 교수 오우치가 Z 이론을 개발한다. Z 이론은 X, Y 이론을 절충한 형태로 일본 기업을 모델로 하고 있다.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철도 건설에 짐승처럼 부려지던 중국인들이 그 야만의 시대로부터 꼭 150년 만에 새로운 철도 역사를 만들고 있다. 중국은 최근 우한-광조우 고속철 시험운행에서 1,069km 구간을 시속 394.2 km로 2시간 46분에 주파했다고 발표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기록이라고 하니, 뉴스를 전하는 앵커의 흥분을 이해할 만도 하다. 덧붙여 중국 당국은 2020년까지 고속철을 1만 6,000km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2012년 완공될 베이징-상하이 노선은 싼샤댐 건설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 베이징에서 서른 시간 걸리는 홍콩까지도 연결시켜 그 넓은 땅덩어리를 일일 생활권으로 만들겠다고 하니 벌어진 입을 다물기 힘들다.
이달 초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렸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열린 양회는 지난 세기 병든 사자가 어떻게 굴욕의 몸을 일으켜 세계를 향해 포효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관영매체는 모두 "인민의 큰 기쁨의 날"이라고 강조했고, 세계는 출구전략 실시여부를 두고 중국 지도자들의 입만 바라봤다. 그렇다. 중국 당국자의 한마디에 세계 증시가 출렁거리는 시대다. 중국의 힘은 이제 구태여 과시할 필요도 없을 만큼 커졌다.
보편적 문화국가로 거듭나야
그러나 중국은 알아야 한다. 그들이 사회주의의 성공이라고 강조하지만 실상은 개방화, 시장경제의 산물에 다름 아니다. 공산당의 성공이라고 애써 주장하지만 당의 성공이 아닌 자본가의 성공이라는 것을.
덧붙여, 세계 무대에서도 엄청난 힘을 과시하기 보다는 민주주의와 인권이 뒷받침되는 보편적인 문화국가로 거듭 나야 한다. 북위, 요, 금, 원, 청 등 이민족들이 차례로 중원을 지배했으나 결국 중화 민족권에 녹아버린 것은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유교문화라는 인간존중의 철학적 가치였다. 지금의 중국 지도자들도 더 늦기 전에 이를 깨달아야 한다.
김동률 KDI 연구위원·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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