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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무의 선비 이야기] <28> 사람을 알아보는 동고 이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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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무의 선비 이야기] <28> 사람을 알아보는 동고 이준경

입력
2010.03.2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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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 조의 유명한 재상 이준경은 사람을 잘 알아보기로 유명했다. 이원익(李元翼), 윤두수(尹斗壽) 등을 알아보고 발탁한 것이 그 예이다. 그리고 죽을 때는 곧 당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과연 죽은 지 3년 만에 동서분당이 일어났다.

한편 이런 일화도 있다. 동고의 집에는 '피서방'이라는 근실한 하인이 하나가 있었다. 그래서 늘 옆에 데리고 다녔다. 그런데 이 피서방에게는 과년한 딸이 하나 있었다. 피서방은 동고에게 사윗감을 하나 골라달라고 했다.

그러자 어느 날 동고가 퇴궐하면서 내 오늘 너의 사윗감을 구했으니 속히 가서 데리고 오라고 했다. 정부청사 앞에 거적을 덮고 있는 총각이 그라는 거였다. 데려와 보니 남루하고 병든 꼴이 영락없는 거지가 아닌가. 피서방은 낙망했다. 그러나 상전에게 사윗감을 구해달라고 한 죄로 그 총각을 목욕시키고 혼례까지 치르게 했다.

그런데 그는 밤낮없이 잠만 잤다. 3년 동안 집밖에 나가본 적도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세수를 하고 의관을 갖추어 입었다. 왜 그러느냐니까, 오늘 동고가 온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과연 동고가 나타나 따로 그와 방안에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동고가 "이를 어찌하나. 대체 어떻게 해야 좋단 말인가"라고 하자, 그는 "모두가 천운이니 어쩌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동고가 "아무튼 이후의 일은 모두 네게 맡긴다"고 하니 "알아주신 은혜를 어찌 잊겠습니까"라고 했다. 그리고는 동고는 떠났다.

그 후 어느 날 저녁이었다. 피서방이 동고를 모시고 나갔다가 막 돌아왔는데 동고가 돌아가시게 되었으니 빨리 가보라고 했다. 피서방이 가보니 과연 죽기 직전이었다. 동고가 그렇게 빨리 온 것을 보고 "네 사위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앞으로는 그 애가 하자는 대로 해라"고 하고는 운명했다.

4년 뒤 그는 장사를 하겠으니 수천 금을 대달라고 했다. 미덥지 않았지만, 생전에 동고가 한 말이 있어 비상한 인물인 것을 알았으므로 주저 없이 이를 허락했다. 그러나 그는 돈을 털어먹고 벌어오는 것이 없었다. 그것도 몇 번에 걸쳐 5-6년이 지나니 이제는 동고 집도 피서방 집도 거덜이 났다. 그는 두 집인 식구들을 데리고 궁벽한 산 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즐비한 기와집과 살림살이, 가축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무릉도원(武陵桃源)이 따로 없었다.

그가 두 집안의 돈을 가져다가 장만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1592년(선조 25) 4월에 임진왜란이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피난을 잘 하고 살다가 동고의 자손들은 청주 남산으로 옮겨 살았다 한다. 그가 동고의 아들에게 이제 적병이 물러갔으니 나가서 동고가 이룩해 놓은 업적을 세상에 드러내라고 했다. 그는 청주가 좋은 땅이니 다른 곳으로 옮기지 말라고 하고는 어디론지 사라졌다고 한다.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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