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도움이 되지 못할지라도,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순 없어 달려왔어요."
천안함 실종자를 찾는 애타는 뭍 밑 수색 작업에 민간 구조대원들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한 치 앞도 보기 힘든데다 1분도 버티기 힘든 추운 바다 속이다 보니 큰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들은 생사를 건 위험을 무릅쓰며 바다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전날 백령도에 도착했던 한국구조연합회 회원 33명은 29일 오전 스킨스쿠버 장비 등을 갖추고 본격적인 수색 작업 활동을 벌였다. 이들은 대부분 스킨스쿠버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이거나 해군 전역자로 구성돼 있다. 오전 9시 30분께 백령도 용기포항을 출발한 이들은 옹진군 어업지도선을 타고 선체가 가라앉은 현장으로 향했다. 황민선 한국구조연합회 인천광역시 지역대장은 "광양함에서 1시간 정도 대기하면서 설명도 듣고 교육을 받은 뒤 7명이 물 속에 뛰어들어 수색 작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황 대장은 그러나 "몸을 가눌 수 없는 정도로 유속이 너무 빨라서 잠수를 오래 하지는 못했다"며 "아직까지 큰 성과는 내지 못했지만 계속해서 실종자를 찾을 때까지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이 단체 중앙회장인 정동남씨는 "창립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 때도 수색 작업에 참여해 많은 성과를 냈다"며 "군과 해경의 요청이 없었지만, 사고 소식을 듣고 조금이라도 실종 수색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백령도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들과 별도로 전날 수색 작업에 참여했다가 저체온증으로 작업을 중단했던 민간인 스쿠버 홍욱(27)씨는 이날 오전 치료를 마치고 장촌포구로 복귀했다. 해군 하사관으로 제대한 홍씨는 실종자 임재엽 하사의 친구로, 천안함 실종 소식을 듣자마자 현장으로 달려왔다. 홍씨는 28일 오후 7시께 사고 해역에서 해난구조대(SSU) 대원 4명과 함께 구조작업에 참여했으나 입수 7분 만에 수심 9m 지점에서 저체온증을 호소하면서 구난함인 광양함으로 옮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어떻게든 친구를 찾겠다는 마음만으로 극복하기에는 사고 해역의 물밑 여건이 너무나 열악했던 것이다.
다행히 홍씨는 치료를 마치고 29일 오전 9시 30분께 광양함에서 내려 해군 고속단정을 타고 장촌포구에 도착했다. 갈색 상하의를 걸친 홍씨는 다소 지친 모습으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안 좋아 같이 입수한 파트너(SSU대원)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며 "수온이 낮아 견디기 힘들었다"고 수중작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홍씨는 이어 "(성과 없이 나와)유가족들에게 미안하다"며 "광양함은 상황이 좋고 시설도 좋아 수색작업이 잘 될 것이고 실종자들도 생존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백령도=김혜영 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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